무역연구원, “설계 역량 지원, 파운드리-자동차업계 협업” 주문
“현대차 임시휴업 인한 중소협력업체 피해 최소화해야”

사진은 '2019서울모터쇼'에 출품되었던 현대자동차 차량.
 '2019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현대자동차 차량.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튀었다. 급기야 현대차는 반도체 품귀로 인해 7일부터 8일간 울산1공장 가동을 멈춘데 이어, 아반떼 등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일시 휴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휴업사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협력업체 내지 연관업체들에게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용 IT기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촉진되면서 늘어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딸리게 된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한국무역연구원(연구원)은 1일 이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장단기 대응책을 담은 ‘트레이드 포커스’를 공개,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원은 이같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일본 지진, 미국 텍사스 한파 등 자연재해로 세계 반도체 공장 일부가 가동을 멈추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그 여파가 금년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더욱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380억 달러(추정)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9.6%를 차지했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해 2024년 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일본의 르네사스 등 3대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세계 차량용 반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9억4000만 달러에 그쳐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생산역량과 비교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일본, 독일은 각각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이 매우 크다. 미국은 130억 달러, 일본 93억 달러, 독일 72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차량용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자동차 생산이나 수출 점유율보다 오히려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3%에 그쳐, 자동차 생산량의 비중(4.3%)이나 수출액(4.6%)의 점유율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또한 국내 반도체 제조공정은 12인치 웨이퍼의 가전이나 IT기기용 첨단 공정이 82.9%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8인치 웨이퍼나 30nm 이상의 구형 공정을 주로 활용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이어서, 이를 단기간 내 증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보니 국내 차량용 반도체 물량의 95% 이상을 수입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원은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 산업(반도체 수요처)과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반도체 공급처)을 보유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특히 소수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위주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부문의 규모를 늘리고, 설계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세계 2위 규모의 파운드리 역량을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품목 생산에 투입한다면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여파로 인한 국내 연관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팹리스-파운드리-자동차업계로 이어지는 수요 연계 등 단기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에서도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매출은 2015년 이후 연평균 25.2%씩 성장하며 여느 반도체 품목의 2~3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개발이나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이자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밸류체인이 결합된 분야”라며 “앞으로 성장이 유망하고 우리가 기존 강점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아직 형성 초기 단계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부터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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