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임금노동자의 46.1% 해당”
비정규직 등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
긱경제나 아르바이트, 저임금, 임시직 등으로 ‘빈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자치구에서 실시한 중장년 취업박람회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서울 시내 한 자치구에서 실시한 중장년 취업박람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임금노동자의 46.1%가 '프레카리아트'인 것으로 분류됐다. 또 우리 사회 20~69세의 인구집단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3.8%가 프레카리아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사실은 보건사회연구원이 15세 이상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니트)와 경제활동인구(실업자, 비임금노동자, 임금노동자중 비정규직)를 포함해 불안정한 고용집단을 추정, 분석해 최근 발표한 ‘고용형태 다변화 양상과 주관적 삶의 인식 조사’에서 드러났다.

본래 프레카리아트는 긱경제나 아르바이트, 저임금, 임시직, 실업자 등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를 뜻한다. 이탈리어로 ‘불안정’(프리카리오)과 프롤레타리아의 합성어로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고용시장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고용형태, 임금수준, 사회보험, 근로시간, 노동조합 여부 등 5가지 판단기준 중 몇 개나 적용하느냐에 따라 5가지 모델로 나눠 측정했다.

연구원은 일단 5가지 기준이 되는 모델을 적용, 각각의 기준에 맞는 프레카리아트 유형을 추출, 분류했다. 모델1은 고용형태, 임금수준, 사회보험, 근로시간, 노동조합 등의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 5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안정된 노동자이나, 그 반대는 프레카리아트로 분류했다. 또 모델2는 그 중 노동조합 요건을 뺀 4가지 기준을, 모델3은 근로시간과 노동조합을 뺀 3가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모델4는 오로지 고용형태와 임금수준만을 적용하고, 모델5는 고용형태만으로 프레카리아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모델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프레카리아트 비율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임금노동자의 경우 모델1을 적용하면 94.2%, 모델2를 적용하면 60.7%, 모델3을 적용하면 46.1%, 모델4를 적용할 경우 37.5%, 모델5 즉 고용 안정성만을 따졌을땐 27.6%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노대명 연구원은 그러나 “여기서는 고용불안과 소득 그리고 사회보장, 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 ‘Model 3’이 프레카리아트의 규모를 판단하는 데 적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 모델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46.1%가 프레카리아트의 속성을 갖는다.”고 결론지었다.

즉 전체 임금노동자 즉, ‘월급쟁이’ 10명 가운데 4~5명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고, 월급도 적으며 4대보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프레카리아트인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들에게 모델1, 즉 고용형태, 임금수준, 사회보험, 근로시간, 노동조합 유무 등을 적용할 경우엔 더욱 그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이들 요건은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힘든 기준들이기 때문이다. 즉 고용이 불안하고, 숙련기회가 없으며 임금도 낮고 대표할 기회도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조사보고서는 또 고용형태나 소득 등 몇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프레카리아트에 포함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 순수하게 고용형태만을 고려하여 고용불안과 실직위험에 처한 집단만을 추출한 경우에 비해, 고용형태가 불안해도 소득이 높거나, 고용이 안정적이라도 소득이 낮은 집단 등 각기 처한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실업의 위험이 커도 소득이 많거나, 오래 근속하고 있어도 소득이 적은 경우는 모두 ‘프레카리아트’로 규정할 수 있다.

연구원은 또 개인 노동소득(임금소득+사업소득)이 최저임금 미만인 저임금(소득) 집단과, 가구 중위소득의 60% 미만인 저소득계층(빈곤층)을 따로 구분했다. 또 20~69세 인구집단의 13.3%는 본인은 낮은 임금으로 일하지만 가구소득 측면, 즉 배우자 등의 소득에 기대어 살아가는 빈곤층으로 추정된다. 즉,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고용불안을 경험하는 많은 노동자가 다른 가구원의 소득을 통해 자신이 처한 위험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성인이 되어 취업하였음에도 여전히 독립하기 힘든 청년층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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