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지난 주 재외동포포럼 이사장 이·취임식장에서 한 회원이 시인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를 낭송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행사장 스케치를 기자에게 보내왔습니다.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기자가 중앙회를 비롯해 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인연을 맺은지 7년째 접어듭니다.

중앙회를 향해 쓴 소리와 개혁을 주도해왔던 젊고 역동적인 조합 이사장들 상당수가 근래 연임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터에, <나 하나 꽃 피어>가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앙회가 14조원 이상의 노란우산공제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일으킬만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부 이사장들이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며 이권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적폐에 두 손과 발을 들었다는 이사장들의 외침입니다.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조합 이사장들은 지난 수년 동안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금액을 사적으로 출연하면서 근근이 버텨왔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조합 이사장들은 ‘봉사’와 ‘헌신’이라는 미션을 통해 수많은 난관을 헤쳐 온, 조합과 중소기업인들의 영웅들입니다. 영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땀방울이 모여 개혁의 강을 건널때까지 무수히 많은 희생과 노력이 따르는 법입니다. 현장을 떠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현장에 남아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세가 훨씬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조동화의 시처럼, ‘나 하나 개혁을 외친다고 중앙회가 달라질리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외치고 너도 외치면 중앙회가 바뀌고 중소기업의 현장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지가 지난해 회원라운지를 없앴다고 쓴 소리를 할 때 여러 이사장님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중앙회가 이번에 정회원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회원라운지를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지만 이사장님들의 목소리는 이렇게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본지가 중앙회와 홈앤쇼핑 등에서 일어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해 일부에서 “뭣하러 중앙회와 척을 지려하느냐”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개혁을 바라는 수많은 이사장님들의 염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본지는 중앙회에 대한 중기부 감사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해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기청) 감사결과를 보면 중앙회는 홈앤쇼핑 대주주로서의 역할 미흡과 일감몰아주기 등 21건에 대해 지적을 받았습니다. 중기부가 문책과 고발요청 및 시정, 개선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대다수가 김기문 현 중앙회장 임기 중에 저질러진 일들입니다.

지난 2019년 중기부 감사는 어땠을까요. 지난달 본지는 중앙회 직원들의 인건비(복리후생비 포함)가 평균 1억1000만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가 넘습니다. 특히 중앙회는 복리후생비 외에 단체협약을 통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32억원을 사내복지기금으로 출연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하는 곳은 단 한 곳(2016년 10억)에 불과합니다. 보도가 나가자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은 살림이 쪼그라드는데, 중앙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질타가 있었습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앙회는 인사혁신처 공직유관단체에 포함되고, 공직자윤리법으로 지정된 공직유관단체로서 그 장과 직원은 공직자임을 명시하고 있다”며 “중앙회의 고액 연봉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본지가 제기한 각종 적폐 사례는 지난 달 취임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상히 알고 있는 만큼, 권 장관에게 기대를 한번 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지난 2018년 국감당시 권 장관의 발언을 떠올려보시면 참고가 될 것입니다.

전임 박영선 장관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방점을 두다보니 중앙회의 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상태여서 중앙회 개혁 보다는 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중소기업인들의 생각과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주52시간제 등 현장을 도외시한 무리한 정책들이 중소기업들의 목줄을 죄었지만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돌아오는 만큼, 다시금 신발끈을 한번 매어 보심이 어떨까요. 협동조합의 정신은 말 그대로 ‘협동’입니다. 약자들이 힘을 모으면 개혁을 이루고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 오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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