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코로나19’ 이전 복귀는 불가능”
디지털 기술과 분산가치 접목 ‘문명 대전환’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비즈니스 세계에서 원격업무와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곧 비대면, 언택트 문화와 맞물리면서 이제껏 특수한 경우에 선택했던 비접촉 비즈니스 환경을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게 했다. 그같은 원격, 비대면의 비즈니스 메커니즘은 클라우드 워크로드에 의해 작동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워크플로우 기반의 AI 자동화, 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 등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클라우드, DX로 원격․비접촉 문화를 생활화
이처럼 IT기술을 기업활동의 필수적인 도구로 장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또는 DT)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는 자동화와 딥러닝, 머신러닝에 의한 자율조정, 빅데이터와 AI의 접목 등으로 요약될 수 있지만, 특히 클라우드는 가장 대표적인 DX의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의 중앙 서버 중심의 온 프레미스를 탈피, 원격의 엣지(edge)에서 데이터 마이닝과 작업이 가능하게 하는 (프라이빗)클라우드가 급속히 보급되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나 종속을 방지하기 위한 멀티클라우드,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도 기업 활동의 보편적 환경으로 선호되고 있다.
무차별의 보편적인 인적․물적 네트워크 해체도 지난 1년 간 있었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위해 봉쇄 전략을 펴거나, 장기간의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사회적으로는 ‘선별적’ 관계맺기, 산업이나 정책적으로는 분산과 집중의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종전처럼 불특정 다수의 무차별적 인간관계나 사회관계가 아니라, 대면해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특정인끼리만의 관계맺음과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본인이 가입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는 무차별적 SNS 대신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음성 버전의 ‘클럽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무차별적 SNS 대신 등장한 ‘클럽하우스’ 인기
클럽하우스는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반드시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가입하고 친구를 추가하면 사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과는 다르다. 얼핏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연상케하지만, 말로 대화하는 것과 문자나 사진만 주고받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각 방은 오붓한 소모임같기도 하고, 지인이나 가족 모임같기도 하다. 어떤 때는 거대한 강당에서 무대위 출연자의 청중이 된 듯도 하다. 이곳은 방마다 일종의 좌장격인 ‘방장’이 있다. 남의 말을 듣다가, 나도 할 말이 있으면 손(모양 아이콘)을 든다. 그러면 ‘스피커’로 승격되고, 마치 무대에 올라가는 것처럼 이름이 올라가고, 발언권이 주어지며 하고싶은 말을 하면 된다. 이런 모습의 클럽하우스는 선별적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SNS상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기가 높다보니 최근엔 멤버십에 속하기 위한 초대장이 거액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사회 제도, 분산·선별·개별화로 해체
사회 시스템 또한 중앙이나 집중, 밀집이 아니라, 분산과 선별, 개별화로 해체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의 가치를 내세우며, ‘코로나19’엔 기존 국가․사회 제도의 기본적 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스코드를 매개로 한 수많은 노드(참여 컴퓨팅)들이 분산된 공간에서 개별적 승인을 하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 전체 노드의 승인으로 이어져 다시 다음 블록이 생성된다. 그 과정에선 오로지 비대면, 비접촉의 익명성만이 작동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세계 질서를 작동케 한다. 금융거래는 물론, 각종 행정절차, 정책 집행, 복지, 무역과 결제, 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을 망라한다.
그 와중에 코인(암호화폐) 거래는 제도권의 법정화폐의 권력과 권위를 위협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더해 최근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페이팔이나 아마존 등에 의해 공식 거래 수단으로 인정됨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더욱이 비대면, 비접촉의 거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사상 최대의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비트코인을 사둘 걸 그랬다”고 후회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번 주 한화로 무려 1조7천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했다. 이에 비트코인 시세 역시 사상 최고인 5천만원(한화)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세계 암호화폐는 1천여 개로 늘어났고, 그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브라,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캐시, 리플, 대시, 라이트코인, 모네로 등을 중심으로 한 500여 개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간과 건축 분야에서도 ‘코로나19’는 새로운 변화상을 예고하고 있다. 도시나 마을, 집단 단위로 작동하던 모든 시스템의 ‘개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집합금지’나 ‘락 아웃’(봉쇄)은 장거리 이동이나 거래를 위축시키는 대신, 분산된 거점 중심으로 해체될 것”이라는게 건축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서 메트로폴리스 대신 좁은 반경의 생활공동체 중심으로 경제․사회적 활동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도시공학이나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런 반경 내에서 모든 경제․사회적 피드백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각성한 세계 각국 ‘그린 뉴딜’ 앞다퉈 추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와중에도 향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 산업과 정책 분야에서도 이런 콘셉트를 바탕에 깐 ‘그린 뉴딜’ 전략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히 기후변화와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데 방점을 찌고 있다. 애초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는 표현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7년 출간한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EU(영국), 미국(오바마 행정부), UN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던 2020년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계 각국은 그간 지속적으로 언급되어왔던 그린 뉴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특히 ‘탄소절감’의 유효한 방법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린 뉴딜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U의 경우,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확신하고 향후 탄소세를 도입해 자국 산업 보호까지 도모할 예정이다. 다른 주요국들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를 위해 그린뉴딜과 정책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 EU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 딜’ 정책을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10조 유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9년 2월 민주당 발의로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새로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000만 개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그린 뉴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회귀 불가, 이미 문명 ‘리셋’ 이뤄져”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런 모든 현상을 ‘포스트 코로나’의 시초로 평가하고 있다. 즉 ‘코로나19’ 전과는 딴판인 정치·경제·사회 모형이 인류의 일상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이다. 선별적이고 거점 중심의 분사 모형, 특정한 대상하고만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로컬리즘 등은 분산화 효율화, 자동화를 기하는 디지털기술과 접목하며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생성하고 있다. 평소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다각도의 시도를 하며 명성을 쌓고 있는 미국의 컨설팅 기관 가트너는 “‘코로나 19’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라는 거대하고 혁명적인 진화를 초래했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을 복구하기 위한 시도는 무의미하며, ‘포스트 코로나’에 걸맞은 문명으로 ‘리셋’(reset)되고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