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IT업계, "반도체 설계 기술과 SW플랫폼이 살길”
중소 IT업계, "반도체 설계 기술과 SW플랫폼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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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경쟁 지켜본 국내 IT중소업체들 주장
생산과는 별개, 기민한 중소기업 R&D체제로 고부가가치 도전 필요
사진은 지난해 가을 열린 한 산업전시회에 출품된 인공지능 기반 터치 스크린 제품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지난해 가을 열린 한 산업전시회에 출품된 인공지능 기반 터치 스크린 제품.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최근 인텔과 애플,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기업들 간에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발주와 생산을 둘러싼 신경전이 첨예하다. 그런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국내 IT업계에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나서서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기술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 동안 중소기업들은 반도체 주변 제품이나 부품 생산, 납품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 아무리 첨단 수준으로 잘 만든다고 해도, 부가가치면에서 해당 반도체를 사용해서 완성하고자 하는 기술이나 SW플랫폼에는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대기업보다는 탄력적인 조직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반도체 설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 잘 만들어봐야 하청업체 불과?

중소 IT업계에선 이를 두고 흔히 반도체 미세 포토공정인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기술의 쓰임새와 비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당연히 반도체가 필요하며, 해당 반도체 생산에는 EUV를 통한 미세화가 곧 품질을 좌우한다. 업계 설명에 의하면 이는 그 파장이 기존 공정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10분의 1 미만인 극자외선을 사용해, 레이저 광원으로 웨이퍼에 패턴을 새기는 방식이다. 회로 패턴을 무척 세밀하게 제작하면서 높은 생산성과 고성능을 기한다. 그러나 서울 디지털단지의 한 SW플랫폼 업체 대표는 “그래봐야 기껏 주문받은 반도체나 만들어주는 하청업체 신세”라면서 “중요한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이나, 각종 디지털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라고 주장했다.

​직원 20여 명을 둔 이 회사는 각종 오픈소스를 활용한 앱이나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목을 매는 현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자본도 미미한 중소 IT업체들로선 미국의 엔비디아나 퀄컴처럼 반도체가 아니라, 반도체 관련 비즈니스나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게 정답”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HW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과 생산 SW보다는, 그에 기반한 또 다른 고부가가치 SW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의 기민한 상상력으로 SW설계, 플랫폼 구축해야

그는 “경직되기 쉬운 대기업 조직과 시스템보다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기민한 상상력과 벤처정신이 기술 설계와 플랫폼 구축에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예로 든 엔비디아 등도 애초 작은 소기업에서 SW 설계와 플랫폼 구축에 성공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엔비디아는 일단 표면적으론 그래픽카드용 반도체 개발 때문에 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AI 관련 반도체 비지니스와 블록체인 채굴 시장에 뛰어들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스펙 자체보다는 반도체를 활용한 기술 개발 환경 등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유니콘도 많다.

IT업계에서 나름대로 파워블로거로 통하는 K씨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이 부족하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느라 열심히 미세공정 해봐야 헛수고”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리눅스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이나 컴파일러, 인공지능 프레임워크, 아키텍쳐 설계가 중요한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이에 관한 설계 지식과 역량,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면 세계 시장에서 그저 일개 반도체 납품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마치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놓고 다투는 TSMC와 삼성전자를 비웃는 듯한 태도다. 실제로 설계보단 생산에 주력하는 이들 기업보다는 인텔, 애플, 앤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SW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진짜 수혜자들이란 평가도 적지않다. 심지어는 TSMC와 삼성전자의 부지런한 소재 가공에 힘입어 이들은 더욱 많은 자본수익률을 만끽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설계와 SW플랫폼 개발 위해 중소IT업계 지원 강화 필요

그래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 경쟁을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국내 중소IT업계들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반도체 기술의 쓰임새를 미리 설계하고 그 용도를 예정하는 SW플랫폼 구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알고보면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야말로 고도의 부가가치를 통해 디지털 혁명의 천문학적 규모의 차액지대를 한껏 향유하는 당사자들”이라는게 K씨의 진단이다. 그는 “앞으로 닥칠 신세계의 뉴노멀을 설정하는 것도 반도체 설계 분야”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술은 기껏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용 SI(시스템 통합) 구현에 예산과 인력을 쏟아붓는 실정”이라며 답답해했다. 그 보다는 작은 스타트업 중심의 탄력적이고 기민한 산업생태계를 활용해 설계와 SW플랫폼에 주력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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