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현대차 협업, 삼성전자의 인텔 수주 여부에 글로벌 판도 지각변동
국내 수많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

애플의 협업 제휴를 받은 현대차는 이미 인공지능을 장착한 자율제어시스템의 자동차 기술을 개발,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의 협업 제휴를 받은 현대차는 이미 인공지능을 장착한 자율제어시스템의 자동차 기술을 개발, 선보이기도 했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새해 들어 애플과 인텔,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또는 수주 경쟁을 벌이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당사자 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사활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비상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애플이 현대차에 전기차 협업을 제안, 현대차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언론과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 분야에서 인텔로부터 수주를 받느냐 여부에 따라 세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를 추월할 것인지 판가름된다.

현대차 “10억 애플 시장이 탐나긴 한데…”

둘다 현재로선 앞날을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게 업계의 예상이다. 현대차는 지난 연말 애플로부터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협업을 제안받고 현재까지도 고민 중이다. 처음엔 긍정적 입장의 검토 단계였으나, 새해 들어선 다소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어떤 결론을 낼지 장담할 수는 없다. 고민의 핵심은 장차 10억에 달하는 애플 생태계에 대한 계산과 함께, 협업에 의해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전기차 시장을 현대차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더욱이 현대차도 이미 현대모비스를 거점으로 나름대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더욱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현대차는 단순히 애플의 OM업체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만약에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그저 주변기기나 하드웨어만을 납품하는 OM업체처럼 현대차가 취급당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협업이 이뤄진다 해도 완성된 자율주행 전기차의 경우 ‘작명’ 단계에서부터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른바 ‘애플 현대차’, 혹은 ‘애플카’나 ‘현대차 애플 버전’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애플로선 당연히 ‘애플카’를 원하지만 현대는 ‘현대차 애플 버전’을 요구할게 당연하다.

'주도권 누가 쥐느냐', 제휴 성사의 관건

그럼에도 현대차가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따로 있다. 전세계 10억 명으로 추산되는 애플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 즉 거대한 애플 생태계다. 만약에 단순한 ‘애플카’가 아니고, ‘현대차 애플 버전’이 애플카의 생태계 안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현대차는 현재의 5위권에서 단숨에 디지털 시대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단 10억 명이라는 기본 고객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10%만 가져와도 1억 명”이라며 “만약 1억 대를 판다고 치면, 현재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가 8천 7백만 대를 뛰어넘는 숫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고,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제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또 다른 ‘우회전략’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즉 일단 애플과 손을 잡고, ‘애플카’를 만들어준 다음에 사실상 똑같은 차를 ‘현대차’로 네이밍해서 출고하는 방식이다. 그럴 경우 아무래도 애플카는 비쌀 것이므로, 현대차는 조금 싼 가격으로 내놓으면, 거대한 애플 생태계를 공략하고, 그 속에 진입해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애플의 반발 등의 변수가 있어 여전히 제휴 성사까진 복잡한 경우의 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인텔 수주’가 세계 1위 탈환의 절실한 변수

삼성전자의 심경도 요즘 복잡하다. 애초 지난 주 인텔이 그래픽카드 처리장치(GPU) 등을 외주화하고 그 대상기업을 선정키로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인텔은 우선 자사가 기본적인 라인업을 생산하고 추가로 필요한 ‘특정 물량’은 조만간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 그 추가 ‘특정 물량’은 막대한 분량으로 추정되는데, 그 정도 물량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만한 유력한 대상업체는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군데뿐이다. 현재 인텔은 10나노 공정까지 갖추곤 있으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7나노까지만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그 ‘특정 물량’은 10나노 이상, 14나노까지 생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TSMC를 겨냥한 것이다. 세계 파운드리 분야 1위 업체인 TSMC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매우 절실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인텔의 선택은 10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제작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이를 따라잡고자 안간힘을 써온 2위 삼성전자와의 구도에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자의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미 지난 주부터 인텔이 삼성과 TSMC 중 누구와 계약을 맺을 것이냐 하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번에 인텔이 일단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삼성과 TSMC의 1, 2위 다툼을 둔 관전평도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은 GPU가 장착된 삼성전자의 노트북 제품.
GPU가 장착된 삼성전자의 노트북 제품.

TSMC, ‘국가 지원하의 막대한 투자와 혁신’

그 동안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그 어떤 경쟁사도 압도하면서 선두를 달려왔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즉 비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에선 무척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대만의 TSMC에 큰 격차로 밀리고 있다. 최근에 나온 비공식 통계만 해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6%인데 비해 TSMC가 무려 58%에 달한다. 3배가 훨씬 넘는 ‘초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로선 자존심 상하는 국면이지만, 이런 큰 격차가 생긴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만 TSMC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오로지 반도체에만 올인한 회사다. 또 대만의 자존심과 국력, 총체적 역량이 집중된 ‘국가 기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 덕분에 TSMC는 올 한 해 동안 무려 31조 원(한화)를 비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 쏟아붓겠다는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는 그 보다 앞서 삼성전자가 밝힌 투자 금액의 3배 가량 되는 규모다. 이대로라면, 삼성과의 격차 또한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텔 수주, TSMC가 다소 유리 “그러나 결과는 두고 볼 일”

그런 판세에 일말의 균열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준 것이 눈앞에 다가온 인텔의 선택이다. 아직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체로 TSMC가 유력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인텔은 최근에 그래픽카드 생산을 TSMC에 맡기면서 상호 간에 신뢰가 쌓이고 검증이 이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의 TSMC 상황을 보면 삼성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란 전망도 있다. 현재 TSMC는 워낙에 수주량이 많다보니, 생산 라인이 꽉 찼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인텔로선 “자칫 발주를 해도 제때 제대로 제작하지 못할 것같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또 삼성전자 말고는 세계에서 TSMC에 맞설 만한 파운드리 제작업체가 없다는 점도 인텔로선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