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 부회장
여성 안심지킴이, 아동학대 신고센터, 국가재난시 물류메카 등 '공적 기능' 수행
편의점, 소비자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정착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어느 동네든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 편의점,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들어온지도 30년이 지났다. 88올림픽을 치른 이듬해인 1989년 서울 잠실 올림픽선수촌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이 국내 첫 편의점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밤새도록 문을 여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를 두고 ‘심야 만물슈퍼’라고 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편의점 시장은 지난 30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편의점 매출규모는 25조5000억원, 점포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CU와 GS25가 비슷하며 합해서 3만개 정도 된다. 이어 세븐일레븐이 1만1000개, 이마트24 5300개, 미니스톱이 2600 개 정도 된다.

성장일변도를 달려온 편의점 업계도 고민이 많다. 이 쪽 또한 온라인 유통이 가장 큰 경쟁상대로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지속해야하는데다, 가맹본사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또한 곱지않기 때문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 브랜드 편의점체인회사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염규석 상근 부회장을 만나 업계가 맞딱뜨린 현안과 실상을 들어봤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염 부회장은 “성장을 계속 하다보니 유통규제를 제일 많이 받는 업태 중 하나”라며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 고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근거리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의 경우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기에 의외의 답변이었다.

“가정 중심의 소비가 늘면서 주택가 편의점 매출은 좀 늘었으나 주력인 학교와 관광지 등지 편의점 매출이 급락해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를 맞고있다”는게 염 부회장의 전언이다. "소비트렌드가 급변하면서 편의점 또한 어떻게 변화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염 부회장은 말했다. '규모의 성장은 이뤘으나 시대변화에 맞춰 어떻게 변신할지', 업계 사람들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워낙 실생활 가까이 있기에 편의점의 변화는 그때그때 쉽게 읽을 수가 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품의 변화다. 과거엔 인스턴트가 주력이었으나 지금은 간편식을 비롯해 과일, 채소, 정육 등 각종 식품의 비중이 늘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냉장 스테이크 등 육류를 취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국내 들어와서 주로 10대,20대가 많이 이용했는데 소비층이 그대로 이어져 이제 그들이 40,50대가 돼다보니 주부들도 자연스레 편의점을 이용하는 형태가 된 것이지요.”

서비스 측면에서도 놀라운 변신을 하고 있다. 팩스송부, 택배업무, 토익성적 출력, 공과금납부, 세탁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정부를 보조해 각종 ‘공적 서비스’까지 수행하고 있는게 오늘날의 편의점이다. 경찰청, 여성가족부, 국가재난정보센터 등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야간에 여성 안심지킴이, 아동학대 신고센터, 지진 등 국가재난시 물류메카 등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과거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뱃길이 끊겼을 때 현지 편의점 물건을 주민들에게 풀었고, 폭설로 제주공항에 난민이 발생했을땐 생수 등을 무료로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스크루지 영감처럼 ‘돈만 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사랑방 역할과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쪽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큰 성장을 해왔으나 그 속에서 파생되는 문제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능 쪽으로 포인트를 맞춰가고 있다"는게 염 부회장의 부연설명이다. 지금은 본사 경영 또한 점포확대 보다는 점주 수익구조 개선, 서비스개발 등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편의점 본사에 대해 아무래도 점주 편에서 사회적 시선이 곱지않은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심야영업시 전기세 지원 등 점주들의 수익보전을 위해 본사 차원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상생자금 등을 확대하다 보니 양대 편의점인 CU와 GS25를 예로들면 연간 매출이 7조~8조원에 달하는데도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칩니다. 점포수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얻다보니 오랜기간 시설투자를 해 투자금을 회수한지는 얼마 안됩니다.”

염 부회장은 편의점 하나 창업하는데 얼마 든다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3000만~5000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점포 보증금, 권리금 등 부동산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것을 본사에서 부담하는 형태가 전체의 60%라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비용 또한 본사가 댄다고. 이 경우 점주는 월 임차료와 물건값만 부담하면 된다. 한 점주가 대,여섯개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체의 무려 30%가 그런 형태라고 염 부회장은 설명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점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이 과정에서 마치 편의점 본사가 점주들을 갈취하는 것처럼 비쳐졌으나 호도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본사가 가게를 얻어주는 임대형 편의점은 본사와 점주가 6대5 내지는 5대5로 수익을 나눠갖지만, 자기 점포를 가진 점주의 경우 수익의 80~90%를 가져갑니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괜찮은 편의점 한 개로 몇 대가 먹고살 정도인 점주들도 많습니다.”

편의점의 3년 이상 생존률은 78.5%, 5년 이상은 52% 정도로 자영업자 평균 대비 높은 편이다. 편의점 계약기간은 통상 5년으로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경쟁사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 실제 생존률은 훨씬 높다고 염 부회장은 말했다.

점주가 부담하는 창업비용의 대,여섯배를 본사가 지는 등 ‘기댈 언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염 부회장은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본에선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이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지진이 나면 편의점이 가장 먼저 앞장서 물류공급을 지원하고 신상품 소개처 역할을 하고 있어 젊은이들이 새로운 상품을 보기 위해 매일 찾아갈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편의점을 들여왔는데도 비판적인 시각을 받게 된데는 문화적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 계약문화에 익숙치않아 초기에 점주들과 충돌이 있었고, 점포확대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좋은 시각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온라인유통의 도전과 언택트소비에 직면해 ‘소비자의 니즈(욕구)를 얼마나 파악해서 맞춰가느냐’가 큰 숙제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몰은 기본이고 배달플랫폼과 제휴해 배달도 한다. 은퇴자 등 동네주민들이 건당 2800원을 받고 배달알바를 하는 형태도 있다.

염 부회장은 “점주들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며 “설득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있어야지 예전처럼 계약관계만 갖곤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염 부회장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거쳐 2013년부터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일해왔다. 가맹본사와 점주간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점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100m이내에 편의점이 못들어오게 하는 ‘자율규약제도’를 만든 것을 가장 뿌듯한 성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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