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관직 사의표명, 이임식
페이스북 통해 작별인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오후 이임식 후 대전청사를 떠나기 앞서 배웅하는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오후 이임식 후 대전청사를 떠나기 앞서 배웅하는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기부를 떠난다. 후임엔 권칠승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고, 박 장관은 예상대로 오는 4월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여당 후보로 도전한다.

박 장관은 20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한뒤 페이스북을 통해 중기부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지난 1년 9개월여(654일) 동안 우리, 참 치열하게 뜨겁게 진하게 살았습니다...때론 질주영선, 버럭영선을 꾹 참고 따라와주신 직원 여러분께 뜨거운 사랑을 보냅니다.”

박 장관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야로 떠난다”며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현 정부 들어 기존 중기청에서 ‘부’로 승격된 중기부는 초대장관을 지낸 홍종학 전 장관을 거쳐 지난 2019년 4월 박영선 장관이 2대 장관에 부임하면서 위상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도, 2021년도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년 연이어 전년 대비 30% 이상 부처예산이 증가했으며, 정부부처 내에서도 기존 중기청 시절에는 꿈도 못꿀 정도의 발언권을 행사했다.

이에 지난해말 박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도는 시점에 중기부 노조가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나가지말고) 계속 함께 일해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비록 부로 승격되긴 했으나 태생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부처 위상 및 분위기가 박 장관 취임 이후 상당히 ‘기(氣)’를 편 것은 물론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 것은 박 장관의 정치적 배경 및 파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물론 현 정부의 중기벤처 육성 정책과 궤를 같이해 박 장관 입장에선 ‘물만난 고기’처럼 나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박 장관 또한 중기부 장관을 거치면서 서울시장 여권후보 1위로 올라설 정도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중소벤처기업계 안팎에선 그의 장관직 수행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으나 여성장관, 또 기자 출신 장관으로서 ‘순발력’과 ‘센스’는 확실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세간에선 박 장관이 중기부 장관으로 올 당시부터 그가 서울시장직을 ‘노리고’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으며 언젠가는 ‘정치적 판단’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 요며칠새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여러 가지 경로로 드러내보였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코로나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의 손을 붙잡고 울컥해 눈물을 보였으며, 페이스북엔 의미심장한 시(‘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한편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세간에선 “출마의사를 굳혔구나, 중기부를 떠나는구나”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20일 중기부를 떠나는 박 장관의 뒷모습을 향해 소상공인들은 박수를 보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박 장관의 퇴임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박 장관의 행보를 통해 중기부는 정부부처 내에서 상대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적어 존재감이 적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그 위상이 크게 제고됐으며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부처로 명실상부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창출 등 박 장관이 모색한 새로운 시도는 소상공인 업계에 새 활력소가 됐으며 무엇보다 지난해초 소상공인기본법 국회통과에 있어 국회를 누비며 법 통과를 호소하는 등 박 장관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사태로 벼랑 끝에 처해 누구보다 예민한 상태인 소상공인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떠나는 만큼 박 장관의 마음도 그리 무겁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이 수장 공백상태인 서울시를 맡아 ‘수도 서울’의 활력을 깨우는 ‘뻐꾹새’가 될지, 향후 판세전개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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