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제휴’ 제의, 현대차 고민 깊어져
애플의 ‘제휴’ 제의, 현대차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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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OM업체 신세 안돼”···
'애플카’? ‘애플 버전 현대차’? 선택도 문제
현대차가 개발한 차세대 수소전기차, 제네시스 G80 기반 자율주행차는 서울-평창 190km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차세대 수소전기차, 제네시스 G80 기반 자율주행차는 서울-평창 190km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애플로부터 전기차 협업을 제안받은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절하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선뜻 받아들이기엔 여러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현대차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향후 제휴가 성사되었을 때의 ‘브랜드’ 소유 내지 점유, 그리고 지구촌 차원의 광대한 애플 생태계, 두 가지다.

현대차, 최대한 실익 챙길 방안 고민

현대로선 일단 애플로부터 최대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묘안을 궁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흔히 활용해온 OM업체 신세는 결단코 안 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만약에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그저 주변기기나 하드웨어만을 납품하는 OM업체처럼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에 iOS 기술은 물론, 자율주행 전기차의 SW도 대등한 입장에서 공유하는게 최소한의 조건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 ‘주도권 다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협업에 의해 완성된 자율주행 전기차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즉 완성차의 ‘작명’ 단계에서부터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만약 ‘애플카’로 할 경우 현대차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굳이 양보한다면, ‘현대차 애플 버전’이나 ‘애플카 현대 버전’ 정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애플이 선뜻 수용하느냐가 또한 문제다. 장치와 생산 시스템만을 겨냥한 현재의 애플의 행보를 감안하면, 아마도 ‘현대차 애플 버전’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현대차 “수억명 지구촌 애플 마니아를 고객층으로” 기대도

현대차가 애플의 제안에 대해 장고에 들어간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다. 수 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의 애플 고객들이다. 이들은 기왕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워크로드, 애플워치, 애플TV스트리밍에 중독되다시피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다. 애플에 대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신뢰를 바탕으로 ‘애플’ 브랜드라면 무조건 구매하고보는 사람들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있는 이들 애플 마니아들은 만약 ‘애플카’가 나올 경우, 망설이지 않고 얼리어댑터로 구매에 앞장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애플 왕국’은 현대차를 포함한 세계 ‘빅 5’ 자동차 메이커들 모두가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만약 이들이 ‘애플카’를 집중 구매할 경우, 단숨에 애플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로서도 무엇보다 탐나는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애플’의 브랜드에 업혀 이 시장을 공략할 수만 있다면, 현대차로선 창사 이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잘만 되면 현재 5~6위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장밋빛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실제로 전세계 애플 고객은 대략 10억 명에 육박한다는 추산도 있는데, 그 중 10분의 1에게만 자동차를 팔 수 있다면, 단숨에 사상 최대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도 선다. 그러나 현대차로선 단순히 ‘애플카’만 출시되거나, 생산시스템만 제공할 경우엔 자칫 ‘하청업체’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애플이 한 차례 BMW나 벤츠에게 유사한 형태의 합작을 제의했으나, 협상이 결렬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애플 ‘자율주행차 기술 프로젝트’ 실패 경험

더욱이 현대차도 나름대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부지런히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해외 글로벌 업체들과의 제휴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수 년 동안 레벨 3나 레벨4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일정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애플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타이탄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한 적이 있다. 그 바람에 수많은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비록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정작 자동차 하드웨어에 기초한 자율주행협력 기술면의 취약점 탓에 이처럼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현대차와 대초를 이루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에 현대차에게 제휴를 제의한 배경엔 그런 속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그래서 다양한 묘안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엔 편법에 가까운 협업 방식을 제안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즉 애플과 일단 손을 잡고, ‘애플카’를 생산하도록 한 후, 현대도 똑같은 차를 약간 가격을 낮춰 ‘현대차’로 네이밍해서 출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럴 경우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한계가 있다. 애플이 그런 제휴 방식을 수용할지는 차치하고라도, ‘현대차’의 브랜드로 ‘애플카’를 제치고, 광대한 애플 고객층을 파고 드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중 누군가가 애플 시장에 진입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세계 완성차업계의 판도가 달라질게 분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애플은 애플대로 ‘애플카’를 만들어 충성도 높은 애플고객들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등장하고 싶은 욕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반면에 현대차도 몇 년 후엔 애플에 버금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어, 당장 절실한 형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애플의 제의를 거절하기엔 너무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차로선 최적의 선택을 위한 고민의 시간이 깊어질 것이란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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