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거꾸로가는 중기제품 구매 정책', 업계 "발끈"
한전 '거꾸로가는 중기제품 구매 정책', 업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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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볼트 품목 입찰방식, 제조입찰에서 공급입찰로 갑작 전환
제조업체 외에 수입업체 등 유통업체에 입찰참여 허용
저렴한 중국산 등에 가격경쟁력 밀리고, 대기업 참여 가능성도 커져
품질, A/S 문제 발생 소지도 생겨
파스너공업협동조합, 기존 제조입찰로의 전환 강력 요구
한국전력이 스텝볼트 품목 구매입찰에 수입업체 등 유통업체의 참여를 허용해 파스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스텝볼트 품목 구매입찰에 수입업체 등 유통업체의 참여를 허용해 파스너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한성 이사장
정한성 이사장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특히나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종갑)가 물품구매입찰 방식을 갑작스럽게 전환해 문제가 되고 있다.

14일 파스너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스텝볼트 품목 입찰방식을 기존의 제조입찰에서 공급입찰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조업체 외에 수입업체 등 유통업체에도 입찰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도 스텝볼트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로 부터 납품을 받는 형태로 입찰에 참여해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할 가능성도 커진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이에 중소 볼트·너트 제조사들은 정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확대 정책에 반하는 조치라며 제조업체로 한정하는 기존의 제조입찰방식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73개 볼트·너트 제조사로 구성된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정한성 이사장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내 제조업계가 안그래도 값싼 중국산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데 대표 공기업인 한전이 입찰시장을 유통업체에 개방하는 것은 정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 확대정책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텝볼트 품목은 100% 중소업체가 생산하고 있어, 대기업이 중소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납품을 할 가능성도 있어 대기업과 입찰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이사장은 또 “유통업체와 대기업 등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우선시돼 한전 입장에선 품질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텝볼트는 배전용 전신주에 설치하는 막대 모양의 금속제 발판으로, 한전의 연간 구매액은 30억원 정도 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한전은 WTO 정부조달협정에 근거해 스텝볼트 품목 구매입찰에 있어 제조업체에 한해 자격을 부여하는 국제 제조입찰방식을 시행해왔다. 2016년 이전엔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 2019년 12월 전자입찰로 시행한 해당 품목 구매입찰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완제품을 구매해 납품하는 업체에 낙찰을 줌으로써 그간의 입찰방식을 갑작스럽게 허물었다.

당시 업계는 낙찰받은 2개사 중 1곳이 스텝볼트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의혹을 한전에 제기했고, 이에 대해 한전은 문제의 스텝볼트 입찰방식을 그간 해오던 제조입찰에서 공급입찰로 갑작스럽게 전환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에 파스너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공급입찰방식의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지난해 11월 한전은 공급입찰로 전환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업계에 보내온 최종 회신문에서 한전은 “향후 입찰공고시 공급업체와 제조업체 모두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재차 밝혔다. 또 입찰방식을 변경한 사유에 대해선 “제조업체로 제한시 공급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쟁입찰은 제품의 품질과 공급능력, 향후 A/S 등 적정 사업수행능력이 전제가 돼야하는데, 물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중간에 유통만하는 업체가 참여하는 공급입찰로의 전환은 이를 무시한 처사”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업계는 2019년 12월 당시 입찰에서 스텝볼트 제조업체가 아닌 업체가 낙찰받은 것에 대해 문제삼자 한전이 단순처방으로 입찰방식을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한전의 처사는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소기업중앙회장, 40개 공공기관장들이 맺은 ‘중기제품 구매촉진 협약’과도 상반돼 업계의 불만을 높이고있다.

정한성 이사장은 “당시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관할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을 맺었는데 협약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거꾸로가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 이사장은 “2019년 12월 입찰과 관련해 당시 낙찰업체의 제조업체 여부 입증과 제도보완 등을 요구했는데, 한전이 업계와의 협력 등은 도외시한채 일방적인 공급입찰로의 전환을 고수하고 있다”며 “공기업 물품구매 시장에서 중소 제조업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파스너공업협동조합은 스텝볼트 제품에 대해 향후 직접생산확인 품목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요업체인 한전의 협조가 필수적이어서 업계로선 이번 사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전은 15일 "스텝볼트 구매입찰방식 전환에 대해선 현재 검토중이지 확실하게 결정된 바 없다"며 "오는 2월초로 예정된 차기 입찰공고 시점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본지에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또 중국산 납품우려에 대해선 "고시금액 6억5000만원 이상은 국제입찰대상이어서 정부조달협정 미가입국인 중국산 제품은 원칙적으로 납품이 불가하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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