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디지털화, 프로토콜경제 등 올 한해를 정리하는 키워드 6

거대 플랫폼사업자가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인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프로토콜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거의 저물었다. 올 한해는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바이러스에 모든 일상이 점령당한 ‘단막극’ 같은 한 해였다. 기존의 평범한 일상이 ‘스톱’되다시피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움직임과 접촉만이 오갔다. 사람이 움직여야 경제가 돌아갈텐데, 제약을 받다보니 과거의 IMF위기,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팬데믹’ 침체터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향후 경제회복은 계층별로 회복양상이 달라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형(形)’이 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본주의의 최대 부작용으로 꼽히는 ‘양극화’ 문제를 어찌 풀어갈지를 사회 전체가 깊이 고민해야한다는 얘기다.

전혀 예상치못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른 올 한해를 키워드를 통해 정리해본다. 2020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①포스트코로나 ②언택트(비대면) ③상생협력 ④K-방역 ⑤디지털화(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⑥프로토콜경제 등 6가지를 선별해 상,하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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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K-방역

만사가 그러하지만 코로나19 또한 ‘빛과 그림자’를 만들었다. 대다수 업종의 매출이 반토막난 가운데서도 비오는날 우산장수처럼 톡톡히 특수를 누린 곳들이 있다. 마스크, 손소독제, 진단키트 등 방역업체가 대표적이다. 국가적으로도 그간 미국이나 유럽 등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방역을 잘해 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누렸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미지의 ‘K-방역’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같은 ‘K-방역’에 힘입어 씨젠, 솔젠트 등 진단키트 업체는 해외 각지에서 밀려든 주문을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특수를 누리며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뛰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마스크, 진단키트, 손소독제 등 K-방역 제품의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0%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진단키트는 무려 1130% 증가한 5억2000만달러 어치가 149개국에 팔려나갔다. 

3분기 들어 K-방역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더욱 크게 확대돼 진단키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42%나 증가했다. 아울러 진단키트, 의약품, 마스크 등 K-방역제품을 수출하는 신규업체 수도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해 1~9월 누계 기준 진단키트 등 기타정밀화학제품 업체수는 3224개로 지난해 동기(1946개) 대비 1278개가 늘었다. 의약품 업체는 지난해 918개에서 올해 1786개로 868개가 증가했다. 마스크 등 기타섬유제품 업체 수는 지난해 4715개이던 것이 올해 8505개로 무려 3790개가 늘었다.

개별 기업 가치 또한 크게 뛰어, 진단키트 덕에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로 자리매김한 씨젠의 경우 올초만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23위 기업이었다. 올해 2월 진단키트 출시 이후 반년만인 지난 7월 2위까지 치솟았다. 증권업계는 씨젠의 올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약 26배 성장한 594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씨젠은 진단키트 수출국가만 67개국에 달한다.

한편 백신 확보문제로 K방역의 위상이 흔들리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K방역 성공요인으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로 이어지는 3T를 꼽으며 세계의 표준이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⑤ 디지털화(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19가 오기 전 이미 기업들은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하게 전략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을 융합해 자동화와 연결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전환을 거쳐 실현이 된다. 올한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산업과 금융 등 각 영역에서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 결과를 창출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과 금융의 결합인 핀테크(fintech)의 도전에 직면한 금융 부문에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화를 통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혁신금융의 대명사가 됐다. 국내 양대 은행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올해 디지털 전담조직을 은행장 직속으로 나란히 출범시키고 DT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29일 인사에서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직해 그룹내 DT혁신을 이끌게 된다.

정부차원에서도 디지털화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예산(16조8000억원)에서 정책금융(10조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방점을 두고 편성했다.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 로봇활용제조혁신, 제조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상점, 디지털경제 대응 기술개발 등에 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내년도 예산(11조1860억원)을 ‘미래먹거리 육성’과 더불어 ‘제조현장 디지털화 촉진’을 축으로 배정했다.

이같이 정부가 밀고 기업이 선도하는 디지털화 바람은 기업과 금융권 등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디지털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까닭이다. 디지털화는 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고 할 수 있다.

⑥ 프로토콜 경제

박영선 장관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발언해 이목이 쏠린 새로운 형태의 경제모델이다. 거대한 플랫폼사업자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제품, 서비스 등의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특정규칙(프로토콜)에 의해 모든 참여자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시스템이다.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과정에서 기존 중고차업체들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박 장관이 제시했다. 현재 대세인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중앙화, 탈독점화를 추구한다. 플랫폼 경제의 독점적 비즈니스 환경과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개체들이 합의를 해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드는 등 참여자 모두에 공정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참여형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이에 비해 플랫폼 경제는 정보를 가진 플랫폼(중개업자)이 주도하는 경제로, 거래 당사자들이 플랫폼을 거칠 때마다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을 조성한 기업이 해당 생태계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익을 독식해왔지만, 프로토콜 경제는 플랫폼 이용자도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아 갈 수 있는 생태계를 추구한다.

정부(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 등을 통해 플랫폼경제의 독점적 문제를 보완하는 프로토콜 경제발전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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