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확인 등록 의무화, 정보보호인증체계 필수 등
내년 3월 시행 앞두고, 영세업체들 긴장 속 예의주시

본문은 한 암호화폐 업체의 홍보 이미지로서, 본문 기사와 무관함
한 암호화폐 업체의 홍보 이미지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자금력이나 조직이 허술한 영세 암호화폐 업체(법정 명칭 ‘가상자산사업’)들이 줄줄이 폐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금세탁방지를 명분으로 한 실명계좌확인 등록 의무화, 개인정보호보인증체계 도입 등을 강행규정을 정한 특금법의 요구사항을 웬만한 영세업체들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금법은 지난 3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년 후인 오는 3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통제를 골자로 한 것이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이들 영세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빗썸이나 코인원 등 대기업 수준의 암호화폐 업체나 블록체인 관련 단체 등에선 이를 수용하거나, 도리어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반면에 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일부 영세 업체들은 정작 법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향후 파장이나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대형업체와 영세업체 간의 미묘한 입장차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6월 내놓은 권고지침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일련의 조항들이다. 그중에서도 기존 금융기관에 부과된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 즉 암호화폐업계에도 적용하는 내용이 이슈가 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업체는 앞으로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즉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춰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천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상위그룹의 업체와 중소 영세업체들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법이 시행되면 6개월 내에 실명확인 계좌를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는 그 동안 불투명한 자금거래에 의한 소비자 피해나 자금세탁의 우려 등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또 모든 업체는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정보보호인증체계(ISMS)인증도 받아야 한다. 이들 의무 조항은 일단 자금세탁방지와 투명한 거래, 개인정보보호 등의 명분에 걸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영세업체로선 매우 버거운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실명확인의 경우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는 거래소들은 이미 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영세업체들, ‘불투명한 거래의 온상’ 비난도

이들 대부분은 가명을 원칙으로 한 이른바 ‘벌집계좌’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기나 투기, 혹은 자금세탁 등의 의혹도 많이 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인 ISMS를 보유하는 것도 영세업체로선 만만찮은 일이다. 이를 획득하기 위해선 최소 1천만원 이상의 심사 수수료와 보안 솔루션 도입,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 자금 상황이 열악하고, 장시간의 심사 과정을 견딜만한 능력이 안 되는 영세 암호화폐 사업자들로선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명확인 계좌나 ISMS를 발급받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자칫 거래소 운영이 불가능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한 대형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그런 경우 많은 중소업체들이 등록을 포기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 내에서도 시각 엇갈려

업계에선 이같은 상황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일단 개정된 특금법이 블록체인에 의한 암호화페 시장의 혼란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법에 의해 일단 제도화된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그간 소비자 피해나 투기성 자금의 난립, 지하 자금세탁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반면에 암화화폐 시장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주로 중소업체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입장이다. 즉 “대형 업체 위주로 암호화폐 시장이 재편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고, 나아가선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입장차와는 별개로 업계에선 “특금법 개정안이 발효된 후 후속 시행령에서라도 암호화폐업자 범위나 실명계좌 발급 조건 등에 대한 현실성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현재 이미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고, 개정안 발효 직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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