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대금지연 따른 이자부담 의무화
공사비 증액되면 사후 하도급업체에 지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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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공사 현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단지 신축공사에 하도급으로 참여했던 ‘B건축’은 공사 완료 6개월이 지난 후 겨우 대금을 받아냈다. 이 회사는 약 1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필름과 타일 시공 등 아파트 현관문 인테리어를 맡았지만, 대금 지불이 늧춰지면서 인건비와 자재비, 각종 운영비의 대부분을 대출을 받아 메꿨다. 그러나 대금 지불이 늦어진 만큼 공사비에 추가돼야 할 지연이자가 B건축이 지불해야 할 대출이자보다 낮았다. 이 회사 대표 신 모씨는 “돈이란게 수금과 정산 시점이 중요한데, 빚내서 공사하고 이자도 못챙기고 ‘손해보는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규정 개정

앞으로는 이처럼 원청업체가 대금 지불을 미루면서 발생한 지연이자를 공사 전에 하도급업체와 미리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또 공사비 등 가격 후려치기에 대해선 사후에라도 다시 정산해서 추가로 증액된 금액을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개정했다. 이번 제․개정은 승강기설치공사업과 건설업, 기계업, 의약품제조업, 자동차업, 전기업, 전자업 등 8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원청업체와 앞서 B건축과 같은 하도급사업자 간 불공평한 이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사대금이 지연될 경우 원청업체가 부담해야 할 지연 이자를 사전 합의하도록 규정했다. 가격 후려치기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었다. 즉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의 경우 하도급 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감액된 대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해 원청업체는 하도급 업체가 여럿일 경우 그 중 대표업체는 물론, 참여한 모든 업체에게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특히 승강기설치공사업계에서 대표업체에게만 계약서를 주던 관행을 없앤 것이다.

승강기설치, 건설업 등 8개 업종 대상

또 원청업체가 임의로 대금 지불 방식을 정하거나, 여러 번에 나눠서 주는 등의 자의적인 사후 정산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에 반드시 방위사업청 규정에 따라 정산하도록 명시했다. 기계와 자동차, 전기, 전자업종의 경우는 특히 수주 제작 과정에서 고가의 금형을 따로 만들어야 할 때가 많다. 이를 감안해 개정안은 모든 금형의 제작비용이나 관리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관리를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협의하여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본래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거래 조건이 균형 있게 설정될 수 있도록 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유도하기 위해 공정위가 제정·보급한 계약서로 현재 46개 업종에 보급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대상이 된 8개 업종은 그간의 특별한 사정 변경이 감안된 결과다.

최근 국회(환노위)에서 공동수급 및 저가계약 등 승강기설치공사 관련 각종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또 지난 10월에 ‘하도급 금형 거래 가이드라인’이 제정됨에 따라, 그 주요 내용을 금형 사용 비중이 높은 기계, 자동차, 전기, 전자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이들 8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표준계약서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하도급법상 강행규정은 계약서보다 구속력 강해

이번 개정안은 특히 원청과 하도급 사업자 간 불공평한 지연이자 부담 문제를 완화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 원청업체가 지급해야 할 지연배상금 이외에도 손해배상, 대금 반환 등과 관련한 지연이자를 양자 간 사전에 합의하여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상법, 이자제한법 등에 따라 연 6~24% 부과가 가능하다. 또 가격 후려치기를 근절하기 위한 내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즉, 원청업체에게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하게 결정되어야 할 대금과 실제 대금과의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공정위는 “다만, 표준계약서 조항과 관계없이 하도급법상 강행규정은 우선 적용되며, 하도급 사업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계약서상의 특양으로 설정하면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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