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명성 무색, 아·태14개국 중 6위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중소기업 '디지털 성숙도 조사'
산업연구원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 탓”

사진은 한 전시회에서 로봇 자동화 기술을 선보인 한 기업체의 부스.
한 전시회에서 로봇 자동화 기술을 선보인 기업체의 부스.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아태지역 주요 국가 14개 중 6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IT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중소기업의 디지털화의 정도는 높지 않은 것이어서 시급한 개선과 촉진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SW기업 시스코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를 조사, 이같은 내용을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태지역 중소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 단계가 4단계 중 2단계(디지털 관찰자) 이하의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 중 주요국가라고 할 14개국 가운에 6위로 나타났다. 이는 아․태지역 내에서도 디지털 성숙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며, 2019년에 비해선 오히려 한 단계 하락한 결과다. 적어도 중소기업 디지털화에 있어선 ‘중진국’ 수준인 셈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

산업연구원도 시스코의 이런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변화에 대한 저항’을 디지털화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즉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의 사고를 탈피하지 못하고,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디지털화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디지털화에 의한 중소기업들의 시장경쟁력도 한층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특히 아시아 각국이 공통으로 인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이 실시한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규모가 클수록 디지털 성숙도가 높으며,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디지털 성숙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관련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며, 기업규모가 크고 기업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정도가 높을수록 디지털 전환 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록 지난해 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금년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게 산업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디지털화에 대한 과감한 수용성이 관건’

이에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소기업 수용성이 관건”이라며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많은 기능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반면, 제약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를 극복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실패의 위험과 물적·인적 자본의 제약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동기와 투자 유인이 얼마나 제대로 부여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VDI나 그룹웨어, AI자동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과 같이 높은 단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자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고도화된 생산네트워크나 서비스 플랫폼에 참여한 기업, 전문화된 제품의 수출기업 등 일부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권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기대 편익에 대한 비전, 즉 디지털 기술로 얼마나 수익과 이윤을 더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디지털 전환 모델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디지털화를 추진하기 전에 미리 신기술과 새 시스템의 유형과 내용들을 확정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경우의 수를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충고다. 그 과정에서 “좀더 실행이 용이한 전환 모델이나 구동형태를 연구하고, 이를 위해 적합한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내실있는 교육·훈련프로그램에도 힘써야한다”는게 연구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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