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SW기술로 세계시장에 도전장 내민, '작은 거인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초격차’,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기술력 우위를 강조할때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두 곳이 순수 토종기술로 ‘초격차’를 내세우며 글로벌 IT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개발한 ㈜위즈블(대표 박건)과 노-코드 기술기업 ㈜아가도스(대표 박용규), 두 중소기업이 지난 10일 여의도 헌정회에서 선보인 기술력은 척박한 국내 SW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받을만했다.

헌정회 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박상희)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박건 위즈블 대표와, 박용규 아가도스 대표는 ‘중소기업 원천기술의 플랫폼 사업화’를 주제로 두 회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IT강국을 자부하고 있으나 SW 부문에선 세계시장 점유율 1%의 초라한 성적표를 지닌 국내 SW 토양에서 두 회사는 세계 10대 전략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과 ‘노-코드’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 글로벌시장으로 나갈 채비를 막 끝낸 참이었다. 특히 ㈜위즈블은 초당 처리속도(TPS)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개발,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 금융결제플랫폼으로 세계 금융결제시장을 선점할 작업을 모두 끝냈다고 밝혔다.

또 ㈜아가도스는 코딩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을 향해 “더이상 코딩을 가르치거나 배울 필요가 없다”며 자체 개발한 ‘노-코드(No-Code)’ 즉 ‘노-코딩’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표했다.

두 회사 모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과 노-코드 기술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국내외 기업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활용해 의료, IoT, 물류 등 각 산업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달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기술 플랫폼을 ‘한강 물’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국내외 기업과 기획자, 개발자들이 ‘봉이 김선달’로 참여해 협업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구글, MS,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강자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성장배경의 비밀인 ‘플랫폼 사업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 본인의 성공 보다 참여자의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랫폼 사업화의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수많은 연결과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참여자에 의해 스스로 팽창하는 제대로 된 플랫폼 사업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두 기업가는 강조했다.

◇ 국내 최초 '토종 블록체인 원천기술' 개발...세계 최고 처리속도

블록체인 코어엔진 기술의 핵심은 처리속도기술(TPS)이다. ㈜위즈블은 초당 14만건이 넘는 코어엔진기술(BRTE1.0)을 개발해 2019년 1월 발표했다. 그해 1월 미국 CES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블록체인 기술로 참가해 금융결제시스템을 테스트했다. 나아가 올해 4월엔 실시간 처리기술인 ‘블록체인 리얼타임 에코시스템’(BRTE2.0)을 개발해, 기술개발에 뛰어든지 3년만에 블록체인 코어엔진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박건 대표는 “정부기관, 대기업, 금융권 등지에서 방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IT프로그래머 42명이 자체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개발하자며 의기투합한 결과”라고 말했다.

카카오, 삼성SDS 등이 국내에서 발표하는 모든 블록체인 기술들은 이더리움 등 해외 글로벌 IT기업의 오픈 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드는 구조로 원천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즈블의 성과는 국내 SW기술계에 독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기술플랫폼을 오픈하는데 이어 내년 4월 국제학술지에 블록체인 실시간 처리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논문발표에 대해 “특허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박 대표는 자신했다.

㈜위즈블은 이같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반 통합 금융결제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금융결제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블록체인의 꽃이자 가장 큰 시장은 금융결제시장. 아직 선두주자가 없는 가운데 세계결제시장을 선점하려면 초당 30만건 이상의 처리기술과 자체 코어엔진 기술을 갖춰 마지막 단계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EMI(E-money license)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된다는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 라이선스만 발급받으면 전세계 유일의 통합 금융결제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은행업무가 가능하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대출을 제외한 모든 은행업무는 물론, 가상화폐를 환전후 각 나라별 통화로 현금출금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IOT, 물류 등 전세계 퍼블릭 시장에선 처리속도가 최소 10만건에서 100만건 이상 돼야하는데 아직까진 세상에 존재하지않는다”며 “전세계 블록체인 기술 회사들이 EMI 라이선스를 못받는 이유는 핵심인 처리속도에 있다”고 덧붙였다.

㈜위즈블은 중국 교육부 승인을 받아 중국의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명당 3000위안을 받고 블록체인 기술교육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블록체인 시장규모는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2030년 3조달러(한화 3300조) 정도로 예상되며, 세계경제포럼은 2027년경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초자동화’와 ‘전문성의 민주화’ 시대 키워드, ‘노-코드 기술’

“글로벌 SW기업은 20여년전부터 이미 노-코드 기술로 제품을 만들고 있으나 국내에선 최근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해, 아직도 노-코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알고 있어 안타깝다”고 박용규 ㈜아가도스 대표는 말했다.

‘노-코드(노-코딩)’ 기술은 그림 그리듯이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술로서, 개발자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SI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플랫폼사업화로 트랜스포메이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개발자가 아니라도 노-코딩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걸 만들어낼 수 있는 ‘시민개발자(시티즌 디벨로퍼)’를 양성해 변화에 대응해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트너 보고서의 2020년 키워드인 ‘전문성의 민주화’를 노-코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선 5,6년전만 해도 노-코딩 얘기하면 웃었으나 최근 국내 중소제조업체가 코딩은 한줄도 안하고 시스템을 오픈했다”며 “국내 업계엔 노동집약적인 ‘SI DNA’가 골수에 박혀있어 이를 빨리 해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격변, 초스피드, 초자동화 시대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흐름에 동참해야지 그렇치않으면 초격차 시대에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SW기업에 아가도스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파트너사 제품과 서비스의 플랫폼 사업화를 지원함으로써 함께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더 큰 플랫폼을 만들어가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페북이 전세계를 연결하듯이 ‘운동장’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참여자들이 들어와서 스스로 가치를 생산하고 모델을 만들어내는 그런 플랫폼이 아직 국내엔 없다”며 “그러려면 기술이라는 수단이 필요한데 SAP, 오라클 등 글로벌 SW기업들은 플랫폼이라고 하는 기술이 있는데, 플랫폼에 내재된 기술이 자동화기술, 엄밀히 말하면 노코딩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할을 아가도스가 수행할 생각이라는게 박 대표의 얘기다.

그는 “오라클, MS, 세일즈포스 등 3개 글로벌 SW회사가 만들어내는 시장가치만해도 수백조에 달한다”며 “2004년 세일즈포스를 벤치마킹해 노-코딩 기술개발을 시작했는데 2018년 세일즈포스의 시총이 오라클을 초과했다”며 “세일즈포스 장터에 올라있는 앱이 수십만개인데 전부 파트너사 혹은 고객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자가 직접 가치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걸 이들 글로벌 SW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다”며 “아가도스가 그길을 가려한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아가도스는 노-코드를 활용해 스스로 가치를 생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하는 아카데미 사이트를 조만간 오픈하고 관련 브랜드 ‘아가(AGA)’를 론칭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변신하려면 투자를 해야하는데 국내 중소 SW기업들은 투자여력이 없어 우리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할테니 이를 이용해 SAP처럼 제품을 만들라는 얘기”라며 “이 방법이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플랫폼 공개배경을 다시한번 전했다. “그들과 함께 더 큰 플랫폼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게 그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