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상공인 하루종일 ‘접속 전쟁’, 사이트 먹통
중기부, 불용예산 수준 3천억원, 접수 당일 공고
6만명 용량 서버, 오후 1시 소상공인 수 백만 몰려

사진은 소상공인 긴급대출 창구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소상공인 긴급대출 창구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지난 9일 정부의 3차 소상공인 긴급 대출을 신청했던 K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게 장난도 아니고 뭣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애초 이런 짓을 왜 정부가 하는지 모르겠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직원 3명과 함께 컴퓨터와 전자제품 부자재 쇼핑몰을 운영하는 K씨는 이날 긴급대출 사이트가 문을 여는 오후 1시 정각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수 십 번 클릭을 반복했지만 30분도 채 안돼, 서버가 마감되고 말았다. 결국 전국의 소상공인 수 백 만명이 한꺼번에 몰린 이날 대출 신청은 불과 1시간 여 만에 끝나버렸다.

지난 1,2차 소상공인 긴급 대출에 이어 세 번째로 소상공인을 상대로 중소기업벤처부가 내놓은 긴급 대출상품도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말았다. 중기부가 내놓은 대출 총한도는 겨우 3000억원. 이는 사실상 연말까지 쓰지 않은 ‘불용예산’ 재고 처리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9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접속 전쟁’은 곧 사이트 마비로 이어졌고, 자금도 불과 1시간 여만에 동이 났다. 그러나 K씨처럼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전국의 수 백만 소상공인들은 이날 하루 영업을 접다시피하고, 종일 자판기 앞에서 마우스를 들고 클릭 전쟁을 벌인 것이다.

애초 이 상품은 사업자 1인당 2000만원씩 모두 1만5000명한테 대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신청 대상을 처음 계획과는 달리 수 백만명으로 늘려 놓고 아무 기준 없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다. 게다가 서버 용량은 6만명에 불과해 오후 1시에 시작하자마자 사이트가 마비되어 버렸다. 더욱이 이런 중요한 정부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충분하 사전 예고도 없이 접수 시작 3시간 전에 신청 공지를 했다. 그리곤 바로 오후 1시부터 사이트를 열고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홈쇼핑 재고 처분 세일도 아니고, 정책자금 지원을 이렇게 즉흥적으로 시행해도 되나”, “이게 정부가 하는 정책이 맞나?”라는 비판이 폭주했다. 그 때문에 온종일 씨름했지만 접속조차 실패한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 대표 C씨는 “겨우 3000억원을 갖고 마치 전국 소상공인들 모두를 지원하는 것처럼 알려진 바람에 이런 혼란이 빚어졌다”면서 “처음부터 정확하게 기준과 세부 내용을 알리고, 서버 용량이라도 늘렸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중기부의 안일한 행정을 비난했다. 그랬다면 자신처럼 접수가 마감된 줄도 모르고, 종일 컴퓨터에만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한 소상공시장진흥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예산 잔액을 모아 긴급 편성한 ‘적극적 행정’”이라며 “이번에 신청못한 분들은 시중은행을 통해 계속 접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시중은행은 중기부가 이번에 지원하기로 한 정책자금과는 기준이 다르다. 애초 정책 취지와는 무관하게 신용등급과 경영상황을 등을 꼼꼼히 따지는 일반 기업대출과 다름없어, 소상공인들로선 넘기 어려운 문턱이다. 정부 집계를 보면, 지난 9월 편성된 2차 재난지원금(새희망자금) 지급도 전체 지원 예산의 15%가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이 정작 실무 집행 단계에선 계속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셈이다.

앞서 C씨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현실에 정부 부처가 얼마나 둔감한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앞으로 설사 회사를 잠깐 문닫는 한이 있더라도, 긴급 대출이라며 ‘장난’치는 짓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이번 긴급대출 ‘소동’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지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 민폐가 되었다. 그럼에도 중기부와 소진공은 “내년 1월부터 2021년도 정책자금 대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공표해 또 어떤 해프닝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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