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객원 편집위원(한서대 교수)

박경만 본지 편집위원
박경만 본지 편집위원

‘하이퍼텍스트’에 도전하라

발빠른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국면에서 더 이상 아날로그의 추억만으론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본과 인력이 딸리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두면 방법은 많다. 바우처 형식의 정책 지원도 많고, 구독 형태의 클라우드 그룹웨어 서비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패러다임 시프트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 것인가 하는, 시대적 사유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다. ‘굳이 무슨 디지털화냐’라고 혹여 반문한다면, ‘하이퍼텍스트’의 미래를 일러주고 싶다. 20세기 전자적 산업혁명과는 달리, 이제 산업 생태계는 하이퍼, 즉 3차원을 초월하는 링크를 통해 공상과 가상을 현실로 바꿔놓을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허공과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무엇이든 발견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좀 어려운 표현으로 서사적 선형성(linearity)을 파괴하는 것이다. 앞서 일어난 어떤 사건이나 법칙이 그 다음 사건의 전 단계가 되고, 새로운 법칙의 밑돌이 되어온, 극히 상식적인 연쇄와 인과를 파괴한다. 그래서 무한한 상상력을 빌미로 온갖 카오스적 문명도구와 기술을 쏟아내는 것이다. 애초 ‘디지털 혁명’ 내지 4차산업혁명의 유전자란 그런 것이다.

물론 많은 중소기업들은 목전의 ‘팬데믹’ 세상에서 당장의 생존이 급할 것이다. 애시당초 0과 1의 이진법적 조화가 산업의 동력이 되는 현실이 낯설기만 할 수도 있다. 설사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해도, 내게 맞는 기술과 시스템을 고르는 것도 어렵고, 자금이나 예산도 팍팍하다. 그럼에도 디지털화는 이제 숙명과 같다. 도치와 전복의 ‘하이퍼’한 전환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그 대열에 반드시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하이퍼텍스트 구도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다. 2차산업혁명의 전기(電氣)와, 3차산업혁명의 컴퓨터 질서를 다시 디지트(Digit) 언어로 의역해서 확장한 것이 4차산업혁명이다. 오래 전부터 물려받은 인류의 총체적 경험을 새롭게 뒤틀어 변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처음엔 낯설었던 전기와 컴퓨터처럼, 이제 디지털 기술도 개인과 기업의 익숙한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으로선 더욱 그 의미가 각별하다. 디지털 친화 여부에 따라 개별 기업의 생존 법칙이 달라진다. 디지털 업무 환경이 잘 갖추어진다면 재택 근무, 유연 근무, 탄력 근무로 지금의 엄중한 시국을 돌파할 수 있다. 무료나 저비용의 비대면 바우처로 클라우드 솔루션이라도 마련한다면, 당장의 위기에 맞설 전술 무기는 갖춘 셈이다.

수사학자 프랭크 커모드는 “안락함을 주면서도, 논쟁하기엔 껄끄러운 한 사회의 신화적 구조를 깨야한다”고 이 시대를 향해 주문했다. 맞는 말이다. 3차산업혁명 버전의 신화적 구조를 이제 전복해야 할 때다. 과거 반복되어온 문명이 남긴 낡은 궤적을 여전히 반복할 수는 없다. 감히 권한다면, 과거의 기술이나 시스템을 규범화하거나, 경험적 인과에 연연해선 안된다. 익숙했던 시간과 시선에 감금된 마스터플롯의 울타리를 뛰어넘고, 목적론적 사전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이치를 깨치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탈(脫)코드의 일탈이야말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의 조건임을 의심치 않는다.

소규모 사업장도 이젠 과감히 ‘리스크’에 도전해야 한다. 영업, 업무 관리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도 시중엔 많이 나와 있다. 소기업에 딱 맞는 모바일 오피스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다양한 모바일 비대면 기술을 위한 안드로이드 앱이나 iOS 앱도 손쉽게 쓸 수 있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다. 디지털 세계의 객체로 그냥 머무르다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 주체자로서 미래를 선점할 것인가? 물론 답은 후자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화는 중소기업에게 이제 생사의 문제다. 하긴 제 아무리 첨단 세상이라도 과거 세 차례 산업혁명의 기억이 재구성되고 유전된 결과 아니던가. 중소기업가들의 분발과 용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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