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후유증으로 사업 중단’
6개월 생산·거래 중단, 거액 빚내 사업장 이전도

지난 주 경기도의 한 소규모 제조공장의 화재 현장 모습.
지난 주 경기도의 한 소규모 제조공장의 화재 현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건조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화재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들은 화재에 취약할 뿐 아니라, 일단 화재가 나면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12월 들어서도 인천 남동공단, 고양, 포천, 남양주 등 수도권 제조업체 밀집 지역에서 화재로 인해 치명적 타격을 입은 소규모 사업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장들은 큰불이 한번 나기라도 하면,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아예 기업 경영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500평 규모 공장 전소 업체, 큰 타격

실제로 최근 고양시 사리현동의 한 전자부품 제조업체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지난 4일 오후 이 회사의 제1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약 500평 규모의 크지 않은 공장 전체가 전소되었고, 다행히 그 옆에 있는 사무동과 자재창고까지 옮겨붙진 않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공장에 있는 금형이나 사출기 등 주요 장비들이 모두 파손되어 소방서 추산으로 약 3억여 원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회사 대표 N씨는 “누군지 모르지만 작업 중에 아마 전기 난로를 켜놓은게 불씨가 된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회사의 화재로 이해 반경 500m 가량의 인근 지역은 하루 종일 화재 현장에서 날아온 재와 그을음으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화재가 진압된 후부터다. 비록 화재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어느 정도 피해보상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자리에선 계속 사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게 N씨의 말이다. 이는 소방 당국의 화재 사건 처리 행정 절차 때문이다. 일단 불이 나면,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인근 지역과 연계된 각종 안전 상황에 대한 점검을 위해 현장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 또 피해보상과 원상복구를 위한 작업, 보험 절차 등 복잡한 과정도 거쳐야 한다. 역시 3년 전 화재를 겪었다는 경기도의 한 업체 대표 B씨는 “그러자면 보통 짧아도 3~4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다. 그 기간에는 공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작업도 불가능하고, 아예 사업을 중단하다시피 해야 한다.

단일 사업장 中企, 대체 생산시설 없어 막막

B씨는 “그 동안 다른 사업장이나 시설이 있어 견딜 수 있으면 몰라도, 대부분 단일 사업장만을 갖고 있는 소기업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면서 “나의 경우는 다행히 약간의 자본이 있어서 아예 다른 곳에 부지와 공장을 마련할 수 있어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기업들은 그냥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포기는 아니더라도 거액의 빚을 내어 다른 장소에 생산시설을 마련해 이전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0월에 큰 연쇄화재가 났던 인천 남동공장의 소규모 업체들은 지금까지도 정상화가 되기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큰 불이 났던 N씨 역시 “이대로 이 자리에서 계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당분간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화재보험금은 겨우 불에 탄 장비 일부를 보전할 정도일뿐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불난 집은 더 잘 된다’는 말은 그저 속설일뿐, 자나깨나 불조심이 최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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