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편집위원(한서대 교수)

박경만 본지 편집위원
박경만 본지 편집위원

온라인플랫폼법을 두고 말이 많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배달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행위나 불공정거래를 강력 규제하자는게 법의 취지다. 그렇다보니 ‘배민’과 같은 사업자 이익을 대변하는 측의 반발도 만만찮다.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고 논란도 현재진행형이어서, 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온라인플랫폼 역시 플랫폼을 공유하고 서비스를 교환, 대차함으로써 생산·유통의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의 아류로 봐도 틀리지 않다.

공유에 바탕한 공유경제의 원론적 개념은 선(善)하기 짝이 없다. 살벌한 ‘시장’이 아닌 ‘비(非)시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교환된다. 서버에 의한 중앙집중식 통제가 아니라, 개인 대 개인(peer&peer)의 네트워크로 상호 협력적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유경제는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첨단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긱 경제는 자본주의 이후 세계 경제 재창조의 방식”이라는 저널리스트 폴 메이슨과 같은 예찬론자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원론과 실제의 간극이다. 정녕 공유의 철학이 과연 얼마나 철저하게 공유되고 실천되는가 하는 것이다.

적잖은 담론가들은 '긱 경제(gig economy)' 혹은 '온 디맨드 경제(On Demand economy)'라 일컫는 공유경제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온갖 ‘잡일’(gig)이 인간의 표준직업이 될 미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기도 하다. 그래서 회의론자들은 두어 가지 엇갈린 물음을 던진다. 공유에 의한 애플리케이션 경제는 정녕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인가, 아니면 비정규 프리랜서가 직업의 표준이 되는 자유방임적 노동착취의 도구인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회의적 사변가들은 후자와 닮은 걱정을 더 많이 한다. 공유를 이룬 ‘앱’이란 세포가 경제를 잘못 조직하면, 4차산업혁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공유’라는 용어 자체가 다소 기만적이란 생각이 든다. 공유의 프레임이라 할 ‘긱 경제’는 좋게 말해 네트워크상에서 서로 필요한 것들을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교환하는 행위를 조직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잡스런’ 수입을 얻는 비표준적 경제행위나 단기계약 수준의 불연속적 고용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그걸 두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선하게 공유하는 것인양, ‘공유경제’로 네이밍하는게 온당할까 싶기도 하다. 공유경제의 더 큰 맹점은 격차와 착취 구조다.

이대로라면 빅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을 수집하고 재생산하는 앱 제조자와 애그리게이터(aggrigator)들이 ‘긱 경제’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이들은 실물경제의 기본인, 잉여 가치를 현금화하는게 아니라, 잉여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구사한다. 그 와중에 ‘긱’으로 먹고사는 다수의 노동자들은 최저 수준의 생존 선상에서 분투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라면 공유경제야말로 비공유적이며, 노동시장 실패의 부산물이라고 하겠다. 그저 ‘떡고물’을 얻는 잡스런 노동시장 매뉴얼이란 비아냥을 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공유경제 초입에 들어선 이 즈음, 저항감 없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수입의 많고적음은 이미 문제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선 착취당하는 것보다 착취당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원하면 네트워크에서 언제든지 ‘알바’거리를 만날 수 있어 고맙고, 시장 조성자들은 ‘노동의 신성함’을 훈시하는 직업윤리의 전도사로 행세한다.

참으로 곤혹스런 공유경제의 역설이다. 만약 ‘인간의 생존조건’이 공유상품의 대상이 될 것 같으면 인간으로서 우리의 미래 행로는 복잡해진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소유’의 소유물이 되었던 인간이 이젠 ‘공유’의 소유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존재의 주인이 되고, 공유경제의 주인이 되는 방도는 없을까. 언뜻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치열한 고뇌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고, 공유경제의 주인이 될 수단을 ‘긱 시티즌’들이 스스로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요즘 온라인플랫폼법 논란을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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