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은 '을', 본사는 '갑'···‘갑질' 천태만상
대리점은 '을', 본사는 '갑'···‘갑질'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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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실태조사, 본사의 갑질과 불공정거래 실상 공표
대부분 영세한 대리점, 본사 불공정행위 피해 많아
거래처 정보 요구, 온라인판매 금지 강요 등
대리점 영업권역 침투, 불공정 판촉도
사진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총판과 대리점을 겸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거 출품한 한 산업전시회장.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총판 및 대리점을 겸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거 출품한 한 산업전시회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중견기업이나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이 프랜차이즈나 총판, 대리점을 확보하며 시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영세한 대리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업종의 경우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거나, 경영활동 간섭 행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본사의 ‘갑질’과 불공정거래 실상을 공표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는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약 2년 전부터 전국 대리점 체제를 구축하며 빠른 성장을 하며, 광고 및 조명업계의 시선이 집중되었던 ㅊ사도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간판 제작·시공 기준과 디자인 원칙을 제시하며, 이를 전국으로 보급한다는 취지로 대리점을 모집했다. 상당한 수준의 가맹비와 보증금을 받는다는 조건이었음에도 약 100여 곳의 대리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사가 대리점에 지시한 판매·시공조건·마진율 등을 획일적으로 강요했고, 결국 계약 파기나 준수를 둔 다툼으로 이어졌다. 결국 금년 들어 거의 모든 대리점이 탈퇴했고, 이들은 보증금과 가맹비만 날린 셈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 해당 업계에서 ㅊ사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히다시피 했다.

ㅊ사와 같은 경우는 사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횡행하고 있다. 비록 업종이 다른 경우지만 이런 사례는 이번 공정위의 대리점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정위는 일단 가전과 석유유통, 의료기기 업계를 대상으로 대리점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들 대리점은 대부분 소기업 수준의 가전 전시장이나 석유판매점, 의료기기 도매점 등이다.

공정위조사 ‘거래처 정보 요구, 온라인 판매 금지 강요’

조사결과 가전업계에선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거래처 정보를 요구하는 등 경영활동 간섭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은 다르지만 앞서 ㅊ사의 경우도 각 대리점이 위치한 호남과 영남, 수도권 각 지역의 시장 정보는 물론, 대리점들의 자산실태나 영업전략과 거래처 명단 등을 수시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군산의 한 대리점주는 “ㅊ사 브랜드 선전만 해주고 실제 남는 건 거의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장사꾼이 챙긴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리점에 대한 판매 목표 할당이나 강매를 압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석유유통업계의 경우는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엔 결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 판매목표 강제 행위가 포착되었다. 때로는 다른 사업자의 제품 취급 금지를 전제로 물건을 공급하기도 하는 등 경영활동 간섭 행위도 드러났다. 의료기기 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리점의 판매가격을 노골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묵시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또 대리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등의 경영활동 간섭 행위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영업권역 노골적 침투, 불공정 판촉도

실제로 업계에선 잘 알려진 한 LED모듈 제작업체의 사례는 앞서와 같은 불공정행위의 전형적 사례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 업체는 한때 LED모듈과 형광등 분야에서 업계 수위를 다투던 튼실한 중견기업이다. 자사 대리점망도 널리 구축하면 막강한 영업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서 대리점이나 광역 시·도별 총판을 따돌리고, 본사 영업조직이 직접 최동 사용자들에게 덤핑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곤 했다. 이에 앞서 미리 대리점망을 통해 영남권과 수도권 남부 지역의 대형 거래처를 파악한 후, 정작 영업권을 지닌 대리점을 제치고 직접 판촉전에 뛰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대리점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대리점망이 붕괴되었으며, 최근엔 본사 사세마저 기울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는 본사가 대리점의 영업 지역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 대리점거래 교육 및 법률 조력에 대한 지원책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조사 결과 발견된 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등을 실시하여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시정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동의의결 제도 도입, 교육·상담 등 실시·위탁 근거 마련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리점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연내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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