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방 외길 73년, "미쳐야 산다"
[인터뷰] 소방 외길 73년, "미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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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찬 한방유비스㈜ 대표이사
국내 초고층 건물 소방방재 설계·감리 독보적 기업
소화기, 스프링클러, 열감지기 등 최초 개발 시공
대한민국 근대 소방(消防)의 초석 다져
중기부 선정 '명문장수기업' 반열에...
1947년 우리나라 최초로 소화기를 만든 이래 73년간 소방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고의 소방기업 한방유비스㈜ 최두찬 대표가 소방 설계 및 감리를 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조감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1947년 우리나라 최초로 소화기를 만든 이래 73년간 소방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고의 소방기업 한방유비스㈜ 최두찬 대표가 소방 설계 및 감리를 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조감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소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47년, 소화기를 처음 만들어 조선땅에 내놓은 회사가 있다. 당시 조선소방기재주식회사로 첫 걸음을 내디딘 73년 역사의 현 한방유비스㈜가 해당 기업으로,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불끄는 물건을 판다’해서 창업자인 고 최금성 회장은 심지어 ‘미치광이’ 소리를 듣기도 했다는게 후손의 전언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있는 현 최두찬 한방유비스㈜ 대표에 따르면 조부인 창업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기업을 세웠으나 그러한 인식의 벽에 부딪혀 오랜세월 사업운영에 고초를 겪다 최 대표가 한,두살 무렵이던 1977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후 서울 충무로 대연각호텔 화재(1971.12.25) 등 대형 화재사고가 터지면서 ‘소방방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이 회사 또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지금은 인천국제공항, 롯데월드타워, 아셈타워 등 국내 최첨단 초고층 건축물의 소방설계 및 감리를 도맡아 책임지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의 소방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올해 명문장수기업 다섯곳에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방 이후 혼란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소화기를 만든 회사라는 데 기자의 관심이 쏠렸고, 국내 초고층 건축물의 소방방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회사가 시중에 거의 알려지지않은 사실이 궁금증을 자아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창업자의 손자로 전문경영인(황현수 대표)과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최두찬 대표는 기자의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소방기업들이 비록 마이너하지만 인명안전이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는 만큼 우리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같이하자”고 업계에 독려하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나서게 됐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기자가 기대한 대로 이 회사는 규모를 떠나 ‘하는 일’의 가치와 중요도에 있어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거의 전부가 방재엔지니어인 300명 직원에 지난해 기준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으로, 최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업계 자체는 마이너하고 영세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방유비스㈜는 73년간 소방 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초의 소방기업 답게 업계 2위와 매출액 및 수주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기술력 등에 있어 앞서고 있다. 중국 다롄과 베트남 하노이에 해외법인을 두고 글로벌진출도 꾀하고 있다. 설계, 감리, 방재연구, 내진 부문 외에 2011년 소방시설 점검 및 서비스업 쪽은 별도 법인  ㈜한방을 세워 분리했다.

국내 최초 민간 공항소방대인 인천국제공항 소방대를 운영한 기업이 바로 이 업체다. 인력만도 100명 가량 됐는데, 얼마전 정부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에 소방대를 넘겨주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인 삼성반도체 화성 공장의 소방방재 설계 및 감리를 한데 이어 지금은 비슷한 규모의 평택 반도체공장 신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과 웬만한 대형 건축시설 화재안전의 기초는 거의 전부 이 회사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해당 분야에 있어 국내 최초 타이틀도 여러개 갖고 있다.

“소화기에 이어 스프링클러, 열감지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제조는 하지 않고 설계와 감리 등 엔지니어링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방시설과 내진설계를 접목해 내진방재 쪽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고요. 설계사업본부, 감리사업본부, 방재연구소에 이어 2년전 내진사업본부를 새로 신설했습니다. 지진에 의한 화재발생시 소방시설의 제역할을 유지하는게 목적입니다. 종합적 재난방재시스템을 구축해 최적의 재해예방대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두찬 한방유비스㈜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지진에 버틸수 있게 소방배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내진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올해로 44세인 최 대표 또한 소방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2001년 군제대후 사원으로 입사해 설계업무부터 시작했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부친 최진 회장을 이어 대표를 맡은지는 3년 됐다.

“공학적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입사 얼마후 미국으로 건너가 소방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당시 미국 석사과정에서 소방공학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두군데 밖에 없었어요. 수료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방엔지니어링 회사인 RJA(현 젠센휴즈)에 입사해 6~7년간 초고층 건물의 소방방재 엔지니어링 일을 했어요. 당시 중동과 아시아에 초고층 건축 붐이 일어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버즈칼리파 163층 건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선진공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최 대표는 이후 회사로 복귀해 방재연구소를 거쳐 경영부서를 맡으며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산업부, 행안부 등 국가 R&D 과제 또한 총괄책임을 맡아 다수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소방업계 최초로 산자부가 선정한 ‘우수 기업연구소’에 뽑혀 향후 4년간 연 5억원씩 지원을 받는다.

“인공지능을 소방시설 설계에 적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는데,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해 설계하는 기능적인 작업을 하나하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단순반복적인 드로잉 작업은 컴퓨터가 하고 사람은 화재 및 인명 안전 등 도면상에 보이지않는 기술적인 분석을 한차원 높게 생각하는 진정한 엔지니어링을 하는 시대가 10~20년 후면 올 것으로 봅니다.”

창업자를 포함해 두 명의 공동대표 등 99%가 기술자인 이 회사는 그야말로 ‘사람이 전부’다.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이 등산 등을 통해 꾸준히 소통하는 노력을 하는 이유다. 기술자 개개인이 일해서 지급받은 댓가가 매출액을 구성하며 대부분 직원 인건비로 나간다는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큰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코로나사태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않았다.

대형화재를 겪으면서 소방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소방법규 또한 까다로워지면서, 모든 임직원이 차근차근 꾸준히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을리 없다. ‘전문인력 부족’과 당장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제 시행’이 가장 큰 고민이다.

“젊은 기술인력을 구하는게 굉장히 힘듭니다. 전국 대학에 소방학과가 80개나 되지만 소방공무원이 되려 하지 중소기업엔 안오려 합니다. 설계회사 특성상 야근 등 업무강도가 있다보니 입사 이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등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초고층 건물만 수주를 하다보니 1년만 일해도 다른 곳에서 10년 정도 일한 만큼의 기술습득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업계에선 소방사관학교로 불립니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제는 ‘발등의 불’인데도 대안조차 없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기술자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정해진 시한까지 끝내야하는 설계 업무의 특성상 야근은 불가피하며, 특화된 기술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체 인력을 투입해 보강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게 최 대표의 지적이다.

인터뷰 말미에 최 대표는 소방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말을 했다.

“대부분 관리 소홀이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하나 혹여 설계나 감리 잘못이 드러나면 법적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습니다. 한치 오차도 있어선 안됩니다. 여러모로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해방 이후 73년 소방 외길을 걸어온 한 기업의 역사가 묵직하게 다가온 인터뷰였다.

해방이후 독립신문 등에 게재된, 한방유비스㈜의 전신인 조선소방기재주식회사 관련 빛바랜 기사들이 이 회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액자에 스크랩돼 성수동 사옥 복도에 걸려있었다. [황복희 기자]
해방이후 독립신문 등에 게재된, 한방유비스㈜의 전신인 조선소방기재주식회사 관련 빛바랜 기사들이 이 회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액자에 스크랩돼 성수동 본사 복도에 걸려있다. 가운데 인물이 창업당시의 고 최금성 회장이다. [황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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