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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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전임 이명박 정권하에서 달성한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2일 속초에서 열린 2020장수기업포럼에서 김 회장은 “재임동안 가업승계공제액을 1억원에서 500억원까지 늘려놨는데 4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중앙회장으로 돌아와 보니 여전히 공제액이 500억원에 묶여 있었다”며 전임 집행부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10일 인천 서구 경서동 자원순환특화단지 준공식에서도 “자원순환특화단지 조성 시 첫 임기 중앙회장이었는데, 12년이 지나 세 번째 임기인 지금 준공식을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밝히는 등 과거의 경력을 자랑하곤 한다.

김기문 회장의 23대, 24대 임기는 2007년 3월1일부터 2015년 2월28일까지 8년이다. 이 기간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중간까지 겹친다. 특히 김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충청지역 유력인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김기문 회장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홍콩에서 자살했다. 아무튼 김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 총리와 장관 발탁설이 나돌았고 한때 ‘황태자’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중기청장(현 중소벤처기업부)이 김 회장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이 전 대통령과 이런 인연으로 김 회장은 중앙회가 요구하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오는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노란우산공제, 홈앤쇼핑 개국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하면서 친분을 다지는 등 뗄레야 뗄 수 없는 ‘李金不二’였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가장 부패한 정권으로 타락한 이명박 정부에 기대어 얻어낸 성과가 그리 화려하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시구처럼 중앙회와 홈앤쇼핑에 대해 아무리 자세히 보고, 오래 봐도 예쁘거나 사랑스럽지 못한 것은 비단 기자만의 비뚤어진 시각일까. 노란우산의 불투명한 경영과 홈앤쇼핑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장면을 보면 역겹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다는 확신이 든다.

본지는 지금까지 홈앤쇼핑에서 벌어진 비리의 백태를 수차례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의 쓴소리와 지적에 공감하거나 개선의 노력보다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 홈앤쇼핑은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본지에 ‘당사 관련 추측성 보도 중단 요청의 건’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내왔다. 중앙회 역시 지난 7월9일 본지가 제기한 노란우산공제시스템 입찰과 관련해 “중앙회의 실추된 명예에 대한 회복과 책임을 요구한다”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본지가 제기한 노란우산공제시스템 입찰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급기야 중앙회는 지난 10월부터 언론 보도자료마저 끊어 버리는 유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앙회 직원이 일하고 받아가는 봉급은 국민의 세금이다. 세금을 받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직원들의 이런 비겁한 행위야말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적폐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홈앤쇼핑의 경영진은 물론 감사까지 측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을 홈앤쇼핑 사장으로 앉히고 이원섭 중앙회 공제사업단장을 부사장에,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 출신의 직원을 경영기획실에 꽂는 등 홈쇼핑의 특성과는 동떨어진 인사들을 ‘꽃보직’에 앉혔다. IT를 담당하는 핵심인력 상당수도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누가 봐도 공정하지 못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김 회장은 과거 재임시절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등 이른바 중소기업 3불 해소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외쳤다. 누가 봐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공정’과 ‘정의’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김 회장의 최근 행보는 과거 자신이 주장했던 것과 달리 ‘불공정’을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향한 도전과 희망’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인의 경구가 이른 새벽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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