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위기를 굳건히 버텨가는, ㈜오피스안건사(대표 정용주)를 찾아서..
1997년 설립된 사무용 가구제조업체,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조합 이사장
"공장과 거래처, 은행을 오가며 오로지 회사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들어보긴 처음입니다."

정용주 오피스안건사 대표가
정용주 ㈜오피스안건사 대표가 경기도 김포공장에서 자동화설비에 의해 사무용가구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보유자금이 많지않은 중소기업들은 매출이 끊기면 자금회전이 되지않아 얼마버티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발주가 끊기다시피한 중소기업들은 요즘같은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어찌 버티고 있는지, 경기도 김포 월곶면에 위치한 가구제조업체 ㈜오피스안건사(대표 정용주)를 찾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3000평 부지에 1,2공장을 갖춘 이 업체는 다행히 기계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정용주 대표는 사무실과 공장을 오가며 부산하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자금확보를 위해 얼마전 서울 개화동 본사건물을 매각한 정 대표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겉으론 웃고있으나 속은 시커멓게 탔어요. 살면서 이렇게 힘들어보긴 처음입니다. 주거래처인 은행이나 관공서에 납품을 해야하는데 코로나로 출입을 못하니 물건은 쌓여있고 반면 원자재 공급처에서 대금은 달라하고 정해진 날짜까지 안주면 원자재를 못준다하고. 요즘은 외부활동은 거의 안하고 은행에 돈빌리러 다니거나, 오더를 주겠다는 거래처가 있으면 한달음에 달려가는 등 오로지 공장 식구들 먹여살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탈한 기분입니다.”

‘내가 살아가야할 세상이 바빠’ 골프장에 안간지도 오래됐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이날도 좀 더 저렴한 금리에 자금을 빌려볼까 하고 한 국책은행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담보대출 여력이 동이 나 신용대출로 빌려야하는데 시중은행은 금리를 높게 받아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가 있으면 갈아타거나 여신을 얻어내고, 정책자금도 가져오고 해서 어떻게든 공장을 유지시켜나가야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의미심장한 톤으로 그는 얘기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자금도 금액이 한정돼있는데다, 서류나 자격이 잘 갖춰진데만 주지 일반 중소기업 조그만데는 못받는다고 실상을 전했다. 다행히 기존 대출에 대해 종전 금리로 만기연장이 되는거, 그거 하나 겨우 도움이 된다고. 

명절연휴 전날이면 40여명 직원들에게 ‘하얀 봉투’를 따로 주며 고향에 잘들 다녀오라 배웅을 하는데 올해 추석에는 냄비, 솥 하나 주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오피스안건사는 환경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해 도장작업장 수준이 업계에선 호텔급을 자랑한다.
㈜오피스안건사는 환경설비에 아낌없이 투자해 도장작업장을 보더라도 업계에서 호텔급 수준이다.

정 대표는 경기도내 약 100개 가구제조업체를 회원사로 둔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만들어진지 35년된 이 조합 또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얼마전 전세에서 월세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회원사 가운데 5% 정도만 일이 좀 있고, 나머지 95%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가정용 가구업체나 조달우수제품 업체, 대기업 OEM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나 이 또한 종전 대비 10~20% 매출이 줄었다고 그는 말했다. 오피스텔을 예로 들더라도 분양이 안되니 발주가 나오질 않는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경우 지점통폐합 등으로 발주량이 전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의 다른 한 축인 관공서 발주 또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마어마하게 줄었다.

“가구회사로선 그나마 규모가 큰 우리가 이럴 정도면 조합의 다른 회원사들은 상황이 어떨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가구업종은 통상 12~3월 사이엔 학교 중심, 3~4월 봄엔 기업, 이후엔 아파트 특판가구 등으로 수요가 돌아가는데 이 사이클이 다 무너졌어요. 학교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수업을 안하니 수요가 생길리 없잖아요. 아파트는 SH, LH 500세대 미만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그런 와중에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달청 우수제품 신청을 해 통과여부를 앞두고 있다. 우수제품 하나 신청하는데 특허비용 포함, 1억원 가량이 드는데 이번에 특허기능을 갖춘 탁자 품목을 신청했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오로지 회사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 뿐입니다. 아침에 공장에 나와 밀린 일을 처리하고, 오더를 준다는 곳이 있으면 얼른 쫓아가고, 공장에서 기계작동하고, 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밥먹고, 회사를 돌보는데도 몸이 부족합니다. 외부활동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인 정 대표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끝으로 여의도를 찾은지도 한참됐다고 밝혔다. 그는 봉사활동에 있어 중소기업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나 이 역시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워 기부로 대신하고 있다.

자동화율이 거의 90%에 달하는 공장 내부. 위 사진의 자동화기계는 독일에서 들여온 것으로 목재를 깍고 필름을 붙이는 모든 과정을 기계가 처리한다.
자동화율 90%를 자랑하는 ㈜오피스안건사 김포공장 내부. 위 사진의 자동화기계는 독일에서 들여온 것으로 목재를 깍고 필름을 붙이는 모든 과정을 기계가 처리한다.

2층 사무실에서 바로옆 공장으로 이동해 인터뷰를 이어갔다.

자동화율이 거의 90%에 달하는 공장 내부는 한눈에 적잖은 시설투자를 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바닥은 물론 내부공기 하며 가구공장이 이리 깨끗해도 돼나 싶을 정도였다.

“기계투자에 30억 가량 들어갔습니다. 환경설비만 해도 5억5000가량 들였는데 가구공장 중에 바닥이 이렇게 깨끗한 곳이 거의 없어요. 우리 도장작업장 수준이면 호텔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지 빠지는 시스템도 최신식입니다. 이렇게 설비투자를 해놨는데 코로나가 터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공장 내부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휴게실과 제품 사전테스트 등을 하는 실험실도 갖춰져있었다. 신제품은 1년에 2개 정도 출시되는데 실험실에서 4만번 이상 강도시험을 해서 통과돼야 비로소 세상에 내놓는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매출은 지난해 오더 받아놓은 게 있어 전반기는 겨우 버텼으나 지금은 상당량 떨어졌습니다. 한해 평균 120억~130억 매출을 올리는데 올해는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녹록치않지만 직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는 공감대를 갖고 다행히 목표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요즘같은때 종업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일감을 끌어오고 공장을 돌리며, 기업을 꾸려가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중소기업인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정용주 대표 또한 IMF사태에 버금가는 현 위기를 잘 넘기기 위해 모든 외부활동을 접은채, 오로지 제품개발과 마케팅, 영업에만 집중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 중소기업인이 직원들과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현장, ㈜오피스안건사 김포공장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작은 기적의 현장'이었다.

가구공장으로는 보기드물게  깨끗한 작업환경을 갖추고 있는 오피스안건사 공장 내부.
가구공장이라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작업환경을 갖추고 있는 ㈜오피스안건사 김포공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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