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기초 닦은 카이퍼 전 총리
‘창조질서’의 핵심은 ‘윤리경영’
적성에 맞는 교육시스템으로,
세계5위 무역대국 견인차 톡톡
유치원생도 유급시키는 세계 유일의 나라
中企생존률 네덜란드 95% vs 한국 63%

김홍국 회장이 2018년 2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장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김홍국 회장이 2018년 2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장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네덜란드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아브라함 카이퍼다. 올해가 카이퍼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달 20일 전주대는 ‘카이퍼 서거 100주년 기념 교육혁신 컨퍼런스’에 김홍국 회장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이날 김 회장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되는 은혜와 소명, 재능을 발견하여 이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면 개인은 물론 행복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카이퍼가 주창해온 ‘창조질서’를 회사 경영은 물론 사회전반에 녹여내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창조질서란, “이미 초자연적으로 정해진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바로 ‘철학’이며 ‘윤리’”라는 설명이다.

1901년부터 1905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카이퍼는 목사이자 언론인, 신학자요 정치가이다. 그는 총리 재직시절, 네덜란드를 철저하게 ‘창의’와 ‘실용’에 기반을 두고 국가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는 유태교 및 신‧구 교간 종교전쟁에서 밀려난 신도들이 스페인 등 유럽에서 척박하기 짝이 없는 암스테르담으로 쫓겨와 도시를 만들었다”며 “이런 이유로 각 분야에 창의적인 크리스천 사상이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인구와 면적은 우리나라의 3분의1 수준 입니다. 육지가 바다보다 낮은 나라로 농지조성 코스트가 세계 최고이지만 세계적인 농업국가로 성장하는 데는 네덜란드만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교육제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무역대국으로 세계 2위의 농수산물 수출 국가이기도 하다. 농수산물 분야에서 얻는 무역흑자만도 무려 340억 달러. 한국은 반대로 농수산물 분야에서 32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중소기업 역시 창업 후 1년 이상 생존율이 네덜란드는 95%이지만 한국은 62.7%에 그치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은 아주 심플하고 단순하다. 1900년대 초에 구축된 교육시스템은 1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바뀐 게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네덜란드의 초등교육은 8년제다. 처음 2년은 우리나라의 유치원 과정, 6년은 초등교육 과정이다. 유치원 교육은 창조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며 사회에 적응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반면 초등교육 4년은 지식보다 놀이교육을 통한 적성교육에 치중하고 나머지 2년은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진로를 결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6년간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계 수리가 적성인 학생은 4년제 중고교로, 대학을 갈 학생은 6년제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전체의 18%밖에 안 된다. 반면 우리는 70%를 넘는다. 우리의 교육시스템과는 천양지차다.

“네덜란드에서는 유치원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다룹니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창조질서인 인륜과 윤리 등을 가르치면서 사회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수준이 부족하다싶으면 1년 유급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나라는 아마 지구상에 네덜란드가 유일할 것입니다”

김홍국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병아리 10마리를 외할머니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공부보다 병아리 키우는데 푹 빠졌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강권하는 집안 식구 때문에 가출한 경험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했지만 3개월 다니다 포기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고 따분했기 때문이다. 결국, 35세에 이르러 어머니의 권유로 야간대학을 나온 뒤 박사학위(전북대)를 딸 때까지 9년간 줄곧 주경야독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김 회장을 만날 때면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박학다식(博學多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병아리를 키우고 돼지를 키우는 재미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왕복 10km를 오가며 돼지먹이를 구해 온 뒤에서야 학교로 갔습니다. 적성에 맞았고 즐거웠기 때문에 피곤한 줄 몰랐던 것입니다.”

현재 하림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13조원, 국내 재계순위 26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외할머니가 건넨 병아리 10 마리가 50년 만에 13조원, 즉 마리당 1조3000억원의 가치가 된 셈이다.  김 회장은 서울의 한 교회에서 “카이퍼와 네덜란드, 그리고 나를 보니 하나님의 섭리가 한 획도 틀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청년창업자들에게도 “인기는 진리가 아니다”며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당대 전북 익산 일대에서 후학들을 위해 초등학교를 지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남다른 인재육성에 앞장선 인물이다. 당시 지역민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제작해 학교에 세웠으나 훗날 정부가 나서서 동상으로 교체해 줄 정도로 훌륭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전북대 농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사업에 뛰어들었던 부친 때문에 김 회장은 어린 시절,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등 적지 않은 고난의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고난'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밝힌 그는 계열사인 NS홈쇼핑을 두고도 단순한 홈쇼핑업체가 아니라 ‘IT기업’이라 칭할 정도로 특이한 경영자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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