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하도급' 방지가 취지
공사참여자 모두 직접계약 규정
대기업 등 ‘비용 증가, 행정력 낭비’ 불만

사진은 LH가 시행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LH가 시행하는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한다는 취지의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두고 오히려 의무 규정을 완화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공사 참여업체가 모두 수평적 지위에서 발주기관과 직접 공동계약을 맺는 내용이 골자다.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인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비율을 늘린다는 취지도 있다.

중소건설업체 일부도 동조

그러나 최근 건설산업기술연구원 등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인 원도급 업계는 물론, 일부 중소건설업체들도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직접 시공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꺼려하고, 중소건설업체 일부는 공동도급제로 인한 안전사고나 산재보험 등의 의무를 부담스러워 하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뿌리뽑는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참여업체 책임시공, 하도급 불공정행위 방지’ 취지

애초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주로 대형 건설사들인 원도급업체가 중소건설사에 하도급 또는 재하도급을 주면서 벌어지는 ‘갑질’을 막기 위해 지난 2009년 생겨난 것이다. 건설업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계약 방식은 발주자→종합건설→전문건설이라는 단계적 계약과 시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 방식은 원도급이 공사를 따낸 후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듭해온 건설업계 특유의 관행으로 정착되어왔다. 그러나 부실시공과 안전사고, 저임금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또는 재하도급 업체에 지불할 공사대금 등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에 실제 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와 발주자(공공기관, 지자체 등)가 직접 계약함으로써 각 업체의 책임시공을 담보하고 불공정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다.

종래 원도급-하도급 수직 관계 대신 수평적 지위

주계약자 관리 방식은 공사 참여자 모두가 공동수급협정서를 작성하되, 일단 원도급업체가 주계약자로서 공사 전체의 수행에 관하여 종합적인 계획 및 조정을 한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계약은 모든 참여업체가 발주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다. 즉 참여업체 모두가 원도급사와 동일한 법적 지위에서 공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참여업체는 시공한 공사에 대한 대금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해 받으며, 고용산재를 비롯한 보험도 각각 알아서 가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부 계약자가 원·하도급 계약을 통해 수직적 구조로 공사를 수행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양자가 수평적 위치에서 공동으로 입찰·계약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제도다. 대신에 현장에 대한 건설 기술자(현장 대리인) 배치나 하자담보 등 모든 책임은 해당 참여업체에게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이를 처음 도입한 서울시는 “안전사고를 낸 하도급 업체에 대해 5년간 서울시 발주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불이익도 부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들 ‘직접 시공 비율 확대’에도 불만

이 제도에 대해 특히 대기업이 대부분인 원도급업체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사대금 등에 대해 발주자가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등 발주자의 추가적인 행정력이 소요되는 제도”라며 발주자인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행정력 낭비를 걱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애초 이 제도를 통해 앞으로 원도급업체가 가급적 하도급을 주지 말고, 직접 시공할 의무를 강화하거나, 직접 시공해야 할 최소 의무 비율을 순차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원도급업체로선 직접 시공 비율 확대에 따른 일용근로자들의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등 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원도급업체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제도 시행 초기엔 이를 채택하는 사례가 미미했으나,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런 방식이 비교적 순조롭게 시행되면서 서울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이를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전국 광역 지자체에서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으로 발주한 공사는 총 409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도 도입 초기보다 그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 적극 도입, ‘조례’로 입법화도

특히 서울, 부산, 인천,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경우는 아예 ‘건설 하도급 관련 조례’나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조례’에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 선정 및 운영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의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원도급업계 스스로도 “최근 일부 지자체와 공공 발주기관에서는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의 방안으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적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동 제도의 필요성과 지속성, 개선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앞장서 운용해온 서울시는 “공동도급제는 본래 원도급-하도급자 간에 이루어지던 불공정 행위, 근로자의 생계 및 안전을 위한 임금 지급, 안전사고 방지 강화가 주요 내용”이라며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오랜 관행이 되다시피한 ‘하도급 불공정 개선’이란 명분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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