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기업상속세제
'그냥 회사 문닫거나, 적대적 M&A에 팔리기도’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가업상속을 위한 세제 개편 등 정책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중소기업 밀집 공단의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가업상속을 위한 세제개편 등 정책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한 중소기업 밀집 공단의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만한 가업승계가 잘 안돼 그냥 회사 문을 닫거나, 남에게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생존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가 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런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기업상속제 등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관련 세법이 개정되긴 했어도 정작 그 핵심 조항인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곁들여지고 있다.

창업주 고령화, 회사 생존 위한 가업승계 절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은 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소기업 대표자나 창업자 평균 연령은 53.5세이고 60세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2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러나 가업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세부담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가업승계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대안을 촉구했다. 김희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가업승계지원제도의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부 중소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세부담으로 인해 아예 회사를 접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속 전 10년, 상속 후 7년 이상 동업종 유지해야’ 상속 가능

김 연구위원은 우선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중소기업 창업주 내지 대표자가 해당 가업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상속 후 7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하는 조건을 달고있다. 지분도 50% 이상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공제대상이 되지 않거나 면제받은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한다. 이를 각각 5년, 30%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현행 세법은 오히려 기업주들이 비현실적인 상속 요건으로 인해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이용을 꺼리고 있으므로, 이처럼 사전 이용요건과 사후 유지관리요건 중 일부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 후 유지관리요건 중 물려받은 기업의 지분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한 자산유지요건도 완화하고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 역시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의 사후유지요건은 기업들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을 곤란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증여세 과세 유예, 저율 과세도 대안

일본과 같이 증여세와 관련해서 상속 전 가업승계주식에 대해 증여세 과세를 유예해 준 뒤 상속시점에 상속세를 통해 정산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아예 상속 전 가업승계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일정 부분 과세하지 않거나, 저율로 과세(10~20%)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 후 상속 발생 시점에 저율 과세된 증여재산과 상속재산을 통합해 상속세를 계산하되,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공제를 적용해 준다면 중소기업들의 세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상장주식도 ‘연부연납제도’ 담보에 포함해야

상속세를 장기에 걸쳐 납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연부연납제도’ 개정도 제시됐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비상장회사인 점을 고려해, 납세 담보 종류에 비상장주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연구원은 또 “상속 주식의 고평가로 인한 과도한 세부담을 초래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적용대상에서 중견기업을 제외해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기업에 대해 예외없이 할증평가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론 자본이득세 도입’ 필요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프로그램도 주문했다. 이에 따르면 가업승계를 계획 중인 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세무·경영 컨설팅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이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가업승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는 것이다. 상속재산을 담보로 정부가 장기 저리(무이자)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나아가선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필요하다”는게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즉 “지금의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이 없음에도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기업에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해외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기업을 물려받은 시점과 창업 시점의 시가나 자산 변동 등을 따져서 그 평가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다.

‘상속세제 전반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 해야’

중소기업들의 가업승계가 현행 제도 하에선 원만하지 못하다보니 창업주들은 아예 한국M&A거래소(KMX)나 사모펀드에 회사매각을 의뢰하거나,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 수는 연간 84개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슷한 방식으로 상속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독일은 무려 1만3000개사에 달해 큰 대조를 이룬다.

연구원은 “이는 가업승계 촉진을 위해 지원제도의 요건을 대폭 완화해 운영하거나 아예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의 추세와는 맞지 않는다”면서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상속세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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