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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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난 2017년 강남훈 전 홈앤쇼핑 사장이 제시한 ‘윤리경영 신고포상제도’는 업계 최고수준으로 언론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강 사장은 “협력사로부터 커피 한잔도 얻어 마시지 말라”며 ‘갑질 없는 문화’와 ‘협력사와의 투명한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금액의 100배, 최대 10억원까지 포상금액을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강남훈 사장은 퇴진했고 결국 채용비리 등에 따른 ‘업무방해’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어 2018년 6월 취임한 최종삼 사장 역시 사회공헌기금 유용 비리 혐의 등으로 자진사퇴한 뒤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29일 김옥찬 현 홈앤쇼핑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윤리경영’을 들고나왔다.

김 사장은 “회사 임원에 대해 제보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제보자에게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며 ‘신문고 제도’를 개선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금품을 받는 직원의 부조리를 비롯해 판촉비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등의 행위를 방지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홈앤쇼핑의 ‘신문고 제도’는 2012년 개국이후 이미 시행해온 ‘H&S 신문고’ 제도와 거의 유사하다. 당시 강남훈 전 사장이 제보자를 상대로 포상금 1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으나 이후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패의 골이 깊어진 양상이다.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이 모두 그 풍화(風化)를 입는다는 의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 곪을대로 곪은 홈앤쇼핑의 부패는 경영진은 물론, 최대주주이자 이사회의장(중앙회 회장)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책임이 크다. 중앙회가 변칙과 반칙을 주도한 결과가 이런 비리를 양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중앙회와 홈앤쇼핑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홈앤쇼핑의 공동대표를 맡아 27억원의 보수를 챙겨 당시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봉사’의 미션을 솔선수범해야 할 중앙회장이 연간 9억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중소기업 팔이’라는 세간의 혹평이 이어졌다. 이것도 모자라 그 가족들이 홈앤쇼핑 벤더로 활동하는 등의 불미스런 일로 수없는 구설에 올랐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홈앤쇼핑 공채 1기(2011년)와 2기(2013년) 때 각 1명씩 2명을 김기문 중앙회장의 청탁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채 2기 채용 당시 김기문 회장이 홈앤쇼핑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김기문 회장이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공동정범에 있어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3.1.16. 선고 2012도12377판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기문 회장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헌법소원을 통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그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세월만 죽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홈앤쇼핑의 비리는 최근 본지가 서,너차례 단독 보도하면서 그 베일이 상당히 벗겨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정상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홈앤쇼핑 감사실은 최근 자체 감사를 통해 K모 전 부장이 도급사로부터 00억원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불법으로 수수한 금액이 10억원에서 많게는 99억원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에 회사측은 K씨의 퇴직금 절반을 회수하고 퇴사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감사실은 K씨를 형사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미적거리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조직적 범행이라고 단정한다. 연봉 1억원이 안 되는 일개 부장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뒷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그렇다. 또 2019년 상반기 홈앤쇼핑에서 56억원이라는 거액을 5개 도급사에 과다계상해서 지급한 사실에서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홈앤쇼핑 감사실은 K씨가 다년간에 걸쳐 개인적으로 금품수수를 했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더불어 개인적 비리에 대해 일벌백계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면서 ‘윤리경영’을 외친다면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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