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테리어 업계 부조리 고발, 업계 월간지에 광고 게재
불합리한 입찰방식, 일용직 고임금, 비싼 장비 임대료 등

한 소규모 제조업체 대표가 업계 매체에 게재한 '호소문'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중소업체가 밀집한 을지로 조명 상가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한 소규모 제조업체 대표가 업계 매체에 게재한 '호소문'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중소업체가 밀집한 을지로 조명 상가.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제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업계 내부의 해묵은 타성과 잘못된 거래 관행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고양시의 한 종합광고제작업체인 H사가 업계 전문 월간지에 이런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광고로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의 최 모 대표는 호소문에서 “상생과 공존, 협업은 빈말이 되고, 승자독식의 무분별한 경쟁과, 제살깎아먹기식의 시장 왜곡이 난무하는 현실”이라며 “광고인 모두가 합심하여 이런 잘못된 관행과 거래 풍토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특히 입찰 과정의 불합리함, 원청업체의 갑질, 프리랜서(일용직 근로자)들의 지나친 고임금, 비싼 ‘스카이’ 차량 임대료 등이 영세업체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저가 낙찰과 ‘낙찰가 공개’로 ‘을과을’의 전쟁 유발

최 대표는 호소문 서두에서 “원청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을 통해 사실상 가격 후려치기를 관행처럼 해오고 있다. 결국 이는 광고업계 내부의 지나친 ‘덤핑’ 경쟁을 조장하고, 낙찰을 위해 엄청난 출혈도 감수하는 ‘을’들 간의 전쟁을 유발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존 입찰 참여자들은 다음 해엔 응찰을 포기하는 대신, 신규 업체가 새로 입찰에 참여해 전년도보다 더 내려간 가격으로 낙찰되는 사태가 빚어진다”고 했다. 업계 내부의 제살깎아먹기 경쟁으로 공존 아닌 공멸로 치닫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저가 낙찰은 낮은 가격에 맞춘 불량한 품질을 조장하고, 제품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면서, 업계 전체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산업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또 호소문을 “낙찰가 공개는 애초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원청업체들이 ‘을’들 간의 경쟁을 통해 입찰가를 해마다 낮추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많은 원청업체들은 해마다 낙찰가를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다 못해 나중엔 재하청 또는 하도급업체와 직거래를 시도하기도 한다. 직거래 제의를 받은 영세 하도급업체로선 이를 거절할 입장이 못되며,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그럴 만한 명분도 없다. 이런 부조리한 입찰 관행은 업계 내부의 덤핑 경쟁으로 이어진다.

“상식 밖 고임금의 일당 급여 수준”

최 대표는 호소문에서 또 “영세 사업주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사안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고임금 일당 급여 수준”이라고 했다. 즉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반복작업이나 간단한 시공을 하는데도 초보자 기준 일당 25만원(하루 8시간 기준)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현관의 호실 패찰 부착작업이나, 간단한 피스 작업에 의한 간판 부착작업, 간판 내부 LED전선 부착이나 모듈 조립작업을 해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식대, 유류비, 혹은 시간외 수당 등을 더하면 보통 35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과 몇 백 만원짜리 광고물 시공 과정에서 장비 임대비나 일용직 인건비 등을 제하면 늘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고임금 일당 급여자들 중엔 월 수입 1000만원을 상회하는 경우도 많다는게 업계 주변의 얘기다.

호소문은 또 ‘숙련도’를 무시한 획일적인 일용직 균등 임금체계도 중소업체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즉 “초보자와 중간 숙련자, 전문가급의 베테랑의 급여가 똑같게 책정된 일용직 급여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초보자나 베테랑이나 동일한 급여를 받다보니, 베테랑 전문가로선 근로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면서 “그 결과 숙련 노동자마저 초보자 수준에 맞춰 대충 일을 마무리하곤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하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그 바람에 작업 내용이 불량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발주업체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숙련도에 걸맞은 차등화된 임금을 지급해야 마땅하다. 다른 어떤 산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합리한 임금체계인 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120만~130만원의 스카이 차량 임대비도 부담

비싼 일용직 인건비 뿐 아니라 고가의 장비 임대료도 지적했다. 호소문에서 최 대표는 “예를 들어 작업 인력 두 사람과 스카이 장비 한 대를 부르면, 하루 평균 120만~130만원 가량이 기본적으로 소요된다.”면서 “생활간판의 경우 고작 몇 백만 원 수준이 대부분이다보니, 결국 ‘배보다 배꼽’인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스카이 차량을 자체 구입하는게 낫다”는게 최 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조리한 현실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커서, 참다 못해 이런 ‘호소문’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런 현실이 조속히 개선되고, 잘못된 관행과 악습이 근절되어야만 우리 같은 소규모 제조업계가 그나마 살아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광고를 접한 옥외광고나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들도 “오죽하면 ‘호소문’을 광고까지 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실내 데코 전문업체 관계자도 “구구절절 옳은 얘기뿐이더라”며 “비단 광고주(최 대표) 개인만의 사정이 아니 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현실”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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