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용, 안전사고···'원청 책임·처벌 강화' 입법 잇따라
기술유용, 안전사고···'원청 책임·처벌 강화' 입법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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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처벌 가중, 재해발생시 원청·사용업체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 등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는 일련의 법규 개정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하청을 받고 작업 중인 공사장의 모습.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는 일련의 법규 개정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하청을 받고 작업 중인 공사장의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최근 중소 하도급업체에 대한 원청업체나 상위 벤더의 ‘갑질’을 막기 위한 일련의 법규 개정이나 고시․규칙 개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청업체에 대한 기술유용, 보복 조치, 기타 탈법행위 등에 대한 과징금 등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좀더 세분화된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또 원청업체가 하청․파견업체 등의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거나 명확히 한 입법 움직임도 눈에 띈다.

과징금, ‘피해발생 범위’ 불문 부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오는 10월6일까지 행정예고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고시’)’ 개정안을 통해 좀더 악질적인 ‘갑질’에 대해 제재나 처벌을 가중하도록 한 규정을 신설했다. 즉 과징금을 산정할 때 같은 유형의 갑질이라도, 그 전후 사정이나 갑질 행위의 질이 어떠냐, 즉 ‘행위유형별로 차별화된 중대성 평가기준’을 새로 마련키로 했다. 예를 들어 기술유용, 보복조치, 탈법행위 등 악의적 위반행위의 경우 ‘피해발생의 범위’ 요소는 삭제하고, 단지 행위유형, 피해정도 및 규모, 부당성만 고려해 과징금이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원청업체의 위반행위가 과연 불특정 다수의 공익이나 산업 발전에 위해를 가하는가 여부를 따질 것 없이, 특정한 하청업체에 피해를 발생시켰다면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하청업체 괴롭히면 최대 1.5배 과징금

다만, 서면발급의무나 지급 보증의무 등과 같이 금전적 피해와 무관한 의무위반은 ‘피해정도’를 따지기보단 행위유형, 피해발생의 범위, 부당성만 있다면 역시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했다. 또 위반행위가 반복·지속적으로 자행되었는지, 그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등에 따라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신설했다. 즉, 같은 위반행위라도 기간에 따라 과징금이나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장기적으로 행해진 위반행위에 대해선 최대 1.5배까지 과징금이 가중될 수 있다.

‘사고나면 원청업체도 책임’ 명시

하청이나 파견업체와 근로자들의 산재사고에 대해 원청업체가 책임을 지지않는 현행 산재보험 관련 법규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최근 국회에선 원청업체가 하청․파견업체의 산재사고에 대해서도 분명히 책임을 지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돼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도급 제한 의무를 위반해 하청·파견근로자에게 발생하거나 원청의 책임이 있는 재해의 경우, 이를 원청 및 사용업체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현행 ‘사업장별 개별실적요율’ 제도를 고침으로써 원청업체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는 하청·파견 사업장 노동자에게 발생한 산재는 제외하고, 원청에서 발생한 산재만으로 해당 원청업체에게 산재보험료를 할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청·파견업체의 산재사고에 대해선 ‘나몰라라’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유발하고 있다. 한 의원의 입법 발의 제안 설명에 따르면 “실제 하청·파견 노동자의 연이은 산재에도 불구하고 원청 산재가 ‘0건’인 대기업의 경우 최대 50%까지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관리자 외주 대신 ‘상근 채용’ 의무화

또 안전·보건관리자를 상근자로 채용하지 않고, 외부에 위탁할 수도 있게 하는 현행 법률도 고치기로 했다. 한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외부의 관리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이런 조항을 삭제하고,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고용토록 한 것이다.

기업규제에 관한 현행 법률 간의 ‘충돌’ 해소

이는 특히 현행 관련법규 간의 충돌도 해소한 조치로 전해졌다. 즉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보건관리자를 각각 두도록 했지만, ‘기업규제완화법’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기업규제완화법’을 개정, 양자가 서로 모순되는 상황을 해소했다는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법률개정안은 지난해 5월의 하도급법 개정안에 맞먹는 또 하나의 상생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재하청업체 공사비를 미루는 하도급업체 횡포를 막기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12월에도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돼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하는 ‘공공부문 건설공사’의 경우 원사업자 및 하도급업체가 공사대금 중 건설근로자, 부품 납품업자 등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신설됐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규모 아크릴 가공업체는 이런 일련의 법규 개선 소식을 접하고 “우리같이 하청으로 주로 먹고사는 중소 사업자들에겐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법규의 취지가 현장에서 충실히 지켜지는지 사후 감시와 관리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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