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입점업체 위한 ‘플랫폼법’ 제정에 일부 경제지 ‘태클’
공정위 "독과점 플랫폼에 입점 소상공인 의존도 높아 힘의 불균형"
일부 경제지 "대규모유통업법과 겹치는 이중규제" 온라인 플랫폼기업 편들어
플랫폼법 제정 흔드는 보도에, 공정위 속속 반박

대형 온라인 플랫폼업체의 갑질을 막기 위한 '플랫폼법'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일부 경제신문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 마트 식품코너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대형 온라인 플랫폼업체의 갑질을 막기 위한 '플랫폼법'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일부 경제신문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을 규제하는 가칭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판적인 일부 보수 언론 및 경제일간지들과의 신경전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이 문제는 뜻하지 않게 사회적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 7월경부터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의 우월적 지위를 규제하고, 중소입점업체 내지 입점 소상공인에 대한 불공정 행위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의 법을 제정키로 하고, 입점업체 간담회 등 여론 수렴작업과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대규모유통업법'에 명시된 대형 온라인 플랫폼기업은 상품을 납품받아 자신의 명의로 판매하는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소매상을 말한다. 사실상 대기업들인 셈이다. 가칭 ‘플랫폼법’은 종전의 타다와 같은 경우나 다음, 네이버, 배민 등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플랫폼 진입을 원활하게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타다, 쿠팡, 배민, 넷플릭스 손보는 것’ 비판

그러나 공정위의 이같은 구상이 공개되면서 규제완화를 미덕으로 삼는 보수 언론, 특히 대기업 이익에 민감한 일부 경제일간지들이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에 매 건 보도가 나올 때마다 공정위도 ‘해명’ 형식의 반박문을 게시하곤 해 언론과 정부 당국 간의 공방전 모양새로 번지고 있다.

그 중 '한국경제신문'은 이미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그 절차와 내용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이어갔다. ‘정부, 타다 이어...이번엔 쿠팡·배민·넷플릭스 손본다’는 내용의 기사도 그 중 하나다. 앞서 이 신문은 해당 기사를 통해 ‘공정위 안팎에서는 한달만에 입장을 뒤집고 법 제정에 나선 배경도 논란이다’라며 업계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플랫폼법 추진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교감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공정위는 바로 다음 날 반박문을 내놓았다. 즉 “법 제정은 플랫폼의 갑을문제 개선에 어떠한 규율체계(개별법, 심사지침 등)가 적합한지 등에 대한 공정위 내부검토를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청와대 등 외부에서의 어떠한 요구나 요청도 없었다”며 “플랫폼의 시장 형성 초기부터 공정성을 확립해 건전한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점, 계약서 교부 의무 등의 시장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을 법률이 아닌 지침에서 규율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개별법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굳이 새로운 플랫폼 규제법? 이례적…”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은 해외사례나 업계 현실을 들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플랫폼산업 특성 무시한채 네이버, 쿠팡, 배민 옥죄는 공정위’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를 통해 ‘공정위의 이번 규제안은 해외에서는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해 관련 업체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 감독당국들은 기존 법을 활용해 플랫폼산업을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플랫폼법’ 제정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신문은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적자를 감수하며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플랫폼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적정 수수료를 계산할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거리다.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법 제정을 통해 규율하겠다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 이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고 있는 만큼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형 플랫폼 업체들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다.

공정위 “해외 각국에도 유사 입법 사례”

이번에도 공정위는 좀더 구체적이고 명쾌한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자료에서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에서도 공정위와 유사하게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플랫폼에 관한 법을 제정하였거나 제정할 계획”이라며 해외 각국의 유사한 입법 사례를 조목조목 들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EU는 ‘2019년 7월에 온라인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정’을 제정해 올해 7월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공정위 ‘플랫폼 법에 적정 수수료율 포함 안될 것’

'한국경제신문'이 지적한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의 적정 수수료율에 대해 아예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화 법’에 적정 수수료율의 책정 관련 규정을 포함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유통 관련법과 겹친 ‘이중규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의 경우에도 사업자간 수수료 수준을 직접 규율하는 규정은 없다”며 “'플랫폼 공정화 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대상이 다르므로 이중규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로부터의 상품 구입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고 있어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중개하면서 발생하는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는 별도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플랫폼 공정법’과는 별개 사안임을 분명히했다. 예를 들어 쿠팡과 같이 중개업과 소매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 두 법이 동시 적용될 수 있으나 “각기 다른 행위에 대한 각각의 규율이므로 이중규제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안 내용 구체적 주문···앞서가는 보도도

이와는 달리 일부 경제신문은 다소 앞서가는 내용의 보도도 내놓았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달 연속으로 ‘플랫폼법’ 관련 기사를 출고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도 ‘내달 플랫폼공정화법 발표? 뒤늦은 구글 수수료 갑질 방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공정위는 내달 중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발표하고 12월말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발의 하는게 목표’라고 못박았다.

좀더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유추하기도 했다. ‘법안에 따라 수수료율, 판매대금 지급방식, 세일비용 분담방식, 고객 관련 데이터 관리 및 입점업체 공유 여부 등을 계약서에 기재하여 제공해야 하고 검색, 추천, 광고수익 관련 알고리즘 공개 조항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법률제정을 위해 간담회를 통해 입점업체, 플랫폼 사업자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법안 내용은 이러한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할 계획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고 입법예고, 정부발의 등 구체적인 입법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논쟁으로 인한 법 취지 훼손” 우려도

이처럼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 공정위는 ‘플랫폼법’에 대해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입점 소상공인의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힘의 불균형이 커졌고 이는 불공정한 갑을관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법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즉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수수료, 경영정보 요구 등 분쟁이 발생하면서 플랫폼 산업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대형 플랫폼 업체를 옹호하는 일부 언론이 논쟁을 촉발하면서 처음의 법 취지가 대폭 수정되거나 훼손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20일에도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대리기사협회, 한국호텔업협회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는 등 법 제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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