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시스템 제조 및 설계업체 ㈜디라직(DLOGIXS)
'디지털앰프' 국내 최초, '디지털·아날로그 혼합형 앰프' 세계 두번째 개발
동대문 DDP, 부산 벡스코 등 굵직한 음향공사 맡아
수면용 헬스케어 음향기기 '뉴로직스 A1' 개발, CES '혁신賞' 받아
일본에 첫 수출, 연말쯤 국내 출시 예정

음향시스템 분야 공공조달 1위 업체인 ㈜디라직 안양사업장을 찾아 이상욱 부사장을 만났다. [황복희 기자]
음향시스템 분야 공공조달 1위 업체인 ㈜디라직 안양사업장을 찾아 이상욱 부사장을 만났다. [황복희 기자]
안양 동안구 디라직 사업장
경기 안양시 소재 ㈜디라직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이 살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다. 새로운 거를 개발해야 살 수 있다.”

말처럼 쉽지않은 이 일을 해내며 음향시스템 업계서 새 길을 개척해온 기업이 있다. 그같은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정부로부터 ‘장영실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국내 최초로 개발하거나 국내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면 정부가 주는 신제품인증인 'NEP(New Excellent Product)'를 3번이나 획득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종합 음향시스템 제조 및 설계업체 ㈜디라직(DLOGIXS·대표 박성기)을 찾았다.

4층 건물에 20~30대가 주축을 이룬 창의적인 분위기가 한눈에 읽혔다. 3층 연구소엔 이사급 2명을 포함한 13명의 연구인력이 기술개발에 몰입해 있었다. 연 매출의 5%를 R&D에 투자하는 회사다. 회사를 이끌고있는 박성기 대표와 이상욱 부사장 두 사람 모두 대기업 연구소 출신이다.

그러다보니 영업에 앞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세상에 선보일까’에 중심추가 기울어져있다는게 이상욱 부사장의 얘기다. 하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새 기술을 세상이 못알아볼리 없다.

90년대말 디지털 앰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차량용 앰프로 창업을 했다. 당시만 해도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아날로그 앰프만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디지털앰프는 아날로그 대비 무게 5분의1, 크기는 3분의1로 주는데도 출력은 600와트로 25% 향상되며 전력소모 또한 월등하게 낮다.

디라직은 차량용 납품을 시작으로 학교, 아파트단지, 체육관, 공공기관 등에 디지털앰프를 공급하다가 2008년엔 음질을 보완한 아날로그·디지털 혼합형 앰프를 세계 두번째로 개발했다. 디지털앰프의 유일한 단점이던 음질을 100% 아날로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층 높은 ‘퀄리티’가 요구되는 공연장으로 판로가 가능해졌다.

“창업당시 유럽, 미국 등지 선진국에서 디지털은 가정용으로 쓰이고 산업용은 아날로그를 선호했다. 산업용 시장이 훨씬 보수적이다. 수입제품을 쓰는 곳들이 처음엔 작은 중소기업 제품으로 바꿨다가 탈이 생길까봐 다들 꺼렸다. ‘일단 써보고 연습시 에러가 나면 원하는 제품으로 무조건 교체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런식으로 하나둘 시장을 열어나갔다.”

이상욱 부사장은 2002년 디라직에 합류했다. 90년대 한창 유행한 삐삐를 비롯해 시티폰 제조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당시 카(car)앰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디지털칩을 만들던 디라직에 흡수합병됐다. 앞서 이 부사장은 신호그룹 연구소에서 삐삐를, 박성기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반도체개발을 하다가 각각 독립한 케이스다.

앞으로 ‘디지털’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뛰어든게 적중했다. 창업 22주년을 맞은 디라직은 관공서·공공기관을 비롯해 한달 평균 100건 정도의 크고작은 음향시스템 공사를 진행한다. 동대문 DDP, 부산 벡스코,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진천 선수촌 등등. 굵직한 음향공사를 맡았다.

하지만 음향장비 업계 또한 코로나사태로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다행히 디라직은 관급공사 덕에 올 상반기 매출이 20% 정도 올랐다. 하반기도 잘하면 지난해 수준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아니나다를까 민간수주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 부사장은 내년이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과 민간 수주가 6대4 정도 비중이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440여억원 정도 된다. 수출이 10% 정도 차지하는데 코로나로 많이 줄어 거의 바닥이다. 주(主)가 일본이고 일부 동남아로 나가는데 다 스톱상태다.”

미국 CES에서 '이노베이션 상'을 받은, ㈜디라직의 헬스케어 음향기기 '뉴로직스 A1'
미국 CES에서 '이노베이션 상'을 받은, ㈜디라직의 헬스케어 음향기기 '뉴로직스 A1'

이 부사장이 추정하는 국내 음향시스템 시장 규모는 2500억원 정도. 소량 다품종 생산이다보니 대기업이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켈이 전신인 인터엠이 업계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디라직은 창업초기엔 수출 쪽만 하다가 디지털앰프 제조를 발판으로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해 지금은 다시 수출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헬스케어를 접목한 ‘수면용 음향기기’인 ‘뉴로직스 A1’이다. 22년간 축적한 음향기술을 기반으로 해 수면장애 환자용으로 개발, 임상실험을 거쳐 일본에 1차 수출을 했다. 사용자가 휴대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면 해당 음원을 주파수 변조를 통해 ‘수면케어 테라피 음원’으로 변환하는 원리다. 사용자가 실제 듣기엔 원음과 구별이 안가지만 뇌파가 인식해 숙면을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이 제품으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이노베이션(혁신)상’을 받았다.

“양산에 시간이 좀 걸려 지난해말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용 가격은 70불 정도다. 수출부터 하고 상황봐서 국내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말이나 내년초쯤 나올거 같다. 같은 원리로 현재 스트레스용 제품도 개발중에 있다. 헬스케어 쪽 시장성을 굉장히 좋게 보고 있다.”

기존 음향시스템 분야 연구개발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해 앰프 기술수준은 유럽과 견줘 손색이 없다고 이 부사장은 자신했다. 고음질의 공연용 스피커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매진중인데 5년 정도 있으면 수입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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