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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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국내 아웃소싱 1위 업체인 70대 K사장에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얼하고 싶으냐”고 묻자 “난 다시는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거창한 꿈과 희망을 기대했던 기자의 질문은 빗나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역시 K사장처럼 굴곡진 삶을 딛고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한 번 하기 어려운 중앙회장 선거에 3번씩이나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누가 봐도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과거 중앙회장 재임시절, 내부사찰 프로그램을 깔아 직원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불법을 저질렀다. 당시 사법부는 그 책임을 김 회장이 아닌, 중앙회와 임원에게 각각 500만원의 벌금으로 가름했다. 불법을 저지른 주체가 분명치 않게 어물어물 넘어갔지만 김 회장의 소통방식에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김기문 회장은 올해 초 여의도 중앙회관 1층에 자리한 회원라운지를 없애고 대신 예식장업자에게 임대를 해줬다. 회원라운지는 이사장들 간에 정보와 소통을 공유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나 이를 전격 폐쇄했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지하1층 또한 화려한 예식장으로 꾸며져, 결혼식 하객으로 예식장을 방문한 듯한 부조화를 불러일으킨다. 일각에서 중앙회관이 아니라 ‘중앙예식장’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A이사장은 김 회장 측근인 B부회장에게 회원라운지의 복원을 김기문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요구했으나, B부회장은 거절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쓴소리를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알아서 조아린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상소문을 올리는 ‘선비정신’을 중앙회 집행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던 걸까.

이런 가운데 중앙회는 매년 K-BIZ 회원수첩을 만들면서 협동조합 이사장과 전무에 대한 사진과 전화번호 등 조합의 기본정보를 등재했지만 올들어 전무들의 사진을 모조리 빼버렸다. 조합 살림살이를 책임진채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600여명 전무의 사진을 삭제하면서 ‘전무 무시’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초 중앙회장 선거 전에 김 회장은 선거가 끝나면 기자와 차 한잔을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아직도 김 회장을 몰라? 원래 정치란 그런 거야”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중기중앙회는 투명경영과 공정을 기본으로 할 때 그 정체성이 빛이 난다. 그럼에도 최근 중앙회를 비롯해 홈앤쇼핑의 비리는 대추나무 연 걸리듯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라도 한건 나가면 조직과 집단의 힘을 빌려 벌떼처럼 공격한다. 특히 집행부가 더 그렇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선거는 늘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승자는 패자를 포용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편에 서지 않았다고 패싱을 시킨다면 그 조직은 역동성을 잃게 되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조직의 수장이 약자의 입장이 아닌, 강자의 편에서 일을 한다면 그건 지도자로서 자격상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도자의 길은 고되고 힘든 법이다. 그걸 모르고 중앙회장에 입후보한 것은 아닐진데 말이다. 리더에게 ‘소통’은 필요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을 김 회장이 자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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