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둔감···마스크 안쓴채 밀폐공간서 작업
추락이나 부상, 사망 위험, 화재, 유해물질에 노출

사다리차를 이용해 고공에서 간판을 설치하는 광경.
사다리차를 이용해 고공에서 간판을 설치하는 광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수도권 외곽의 한 금형제작업체. 30℃를 오르내리던 지난 24일 이 회사 작업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20여명 안팎의 작업자들 중에 절반 이상이 마스크없는 맨 얼굴이었다. 공장의 출입문을 모두 꼭 닫은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 업체 대표 A씨는 “우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외부 접촉이 거의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어보이는 얘기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한 LED조형물 업체는 늘 자욱한 비산먼지와 함께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한다. 갈바, 프레임 가공과 도색, 조명자재 조립 등을 제작하는 한켠에선 용접작업도 한창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장 구석엔 신나 등 인화물질도 놓여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함, 10여명에 달하는 이 공장 작업자들은 이런 환경에 익숙한 듯 무감각하다.

마스크 안쓴채 작업하기 일쑤

코로나19가 기승을 떨고, 각종 안전사고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이처럼 안전불감증에 젖은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많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도 추락사고나 화재, 기계나 장비에 의한 부상 등 안전사고는 아예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다. 특히 영세한 소규모 업체일수록 비용이 수반되는 안전장치나 시스템을 애써 외면하곤 한다. 이런 안전불감증은 작업현장을 잠시만 둘러봐도 실감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포인트 간판제작업체도 그 중 하나다. 50~60평 남짓한 작업장 한켠에는 간판을 만들기 위해 성형을 한 후 조립을 앞둔 프레임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대충 육안으로 봐도 그 높이가 4~5m는 족히 되어보인다. 그 바로 아래에선 작업자가 프레임에 끼울 알루미늄바를 절단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러다 뒤에 쌓여있는 자재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싶은 ‘방정맞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서울 강서구 신월동 사거리의 한 건물. 4층과 5층 사이에 LED돌출간판을 설치하는 광경에 지나던 행인들의 눈길이 쏠려있다. 스카이(고소작업차량) 차량까지 동원한, 쉽지않은 작업이다. 붐(차량과 작업대를 잇는 리프트 기둥)을 타고 오른 작업대에서 작업자 2명이 간판을 고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건장한 작업자들에 비해선 작업대 난간이 너무 빈약하고 낮아보였다. 게다가 작업자 한 사람은 안전대나 안전장구도 없이 맨몸으로 4층 유리벽을 타고 아슬아슬 작업을 이어갔다. 보는 이들이 가슴을 조릴 지경이다.

크레인·스카이 작업…늘 추락사고 빈발

이처럼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안전에 무감각하며, 안전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다. 제도화된 교육도 변변치 않고, 그저 작업 현장의 관행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업계 특성상 ‘다 그렇게 하는 거야’라는 식의, 선배 종사자들의 노하우에만 의지한 도제식 수업이 일반화돼 있어 더욱 그렇다.

특히 조형물이나 사인업계의 경우 이런 추락사가 비일비재하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현황을 보면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총 349건으로 업무상 질병을 제외한 사고로는 단연 1위(32%)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2m 이상의 높이에서 설치작업을 할 때엔 안전모를 비롯한 각종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설치 높이별로 로프를 타거나 크레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각각 구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판 등을 설치하는 업체 입장에선 설치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크레인과 같은 장비를 이용하기를 꺼려하는 것도 현실이다. 밧줄 하나에 규격 이상의 하중이 가해지는데도 불구, 자재나 물건, 사람이 함께 매달린 채 간판을 설치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안전불감증은 언론매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공중파TV를 포함한 많은 언론매체들은 이런 안전사각지대의 광경을 무신경하게 보도하곤 한다. 심지어 간판 설치 작업자가 옥상 난간 위에서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걸어 다니며 일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극한직업’을 극복한 인고의 성취인양 미화한다. 그리곤 “대담하다”며 마치 무용담이라도 소개하듯 한다.

‘작업안전’의 대원칙

원칙적으로 모든 제작· 시공 현장에선 보호구, 안전표지가 필수다. 우선 기계설비를 취급할 때 위험한 부분에는 센서, 덮개 등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정비·수리 등을 할 때는 반드시 기계를 정지한 후 작업을 실시하고, 조작부에는 잠금장치와 함께 ‘수리 중’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인화성 물질 등을 취급하는 설비, 탱크 등은 누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용접작업에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받이포 등 불티 비산을 방지하기 위한 덮개 등 조치를 취하고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차량계통의 작업도구나 무거운 중량의 물체를 옮길 때도 필히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지게차로 중량물을 운반할 때에는 전용 팔레트 등으로 포장, 운반해야 하고 크레인에는 손상된 와이어로프를 사용해선 안 된다. 훅 해지장치를 설치하되 인양물에 적합한 전용 줄걸이 용구를 사용해야 한다. 트럭에서 짐을 내릴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하역을 할 땐 적재함과 높이가 같은 전용 입·출하장에서 작업하고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정작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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