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
박철의 본지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난 7월3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K-BIZ 디지털 공제시스템(노란우산) 구축 용역’을 취소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업계획을 재확정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공고문을 냈다. 신규개발 수요를 포함한 사업계획의 변경을 검토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본지가 지난 6월30일 중앙회 집행부 임원인 A씨가 대기업인 L사를 사업자로 밀고 있다는 내용의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다고 보도한지 3일 만에 전격으로 당초의 입찰계획을 바꿔 수정 공고문을 냈다. A씨는 전산시스템 유지보수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중앙회 출범 이후 최대 규모(123억원)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중소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입찰참여를 위해 공들여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이미 입찰공고가 진행중인 사업을 전격 취소하고 입찰을 연기할 만한 사유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고 변명 또한 궁색하다.

이번 입찰사태는 중앙회의 공신력을 땅에 떨어지게 하는 대형사고나 다름없다. 공적공제인 노란우산 부금관리를 10년 넘게 해온 중앙회가 이렇게 허술하게 입찰공고를 냈다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본지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7월15일 예정대로 입찰공고마감을 하고 8월 최종 업체선정을 마무리 했을까. 절차와 과정, 그리고 결과는 공정하고 투명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밤샘을 해가며 입찰을 준비한 업체들의 적지 않은 비용은 어떻게 하나. 소문대로 중앙회 임원과 연루된 L사가 입찰에 앞서 이미 내정돼 있었을까 등등.

10여년 전에도 중앙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터졌다. 중앙회관 별관 공사 입찰에서 H사가 낙찰됐으나 노조에서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시공사가 S사로 뒤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이외에도 상암동 DMC타워, 홈앤쇼핑 사옥 등 굵직굵직한 대형 공사는 김기문 회장 임기에 이뤄졌다.

이번 공제시스템 구축 용역을 둘러싼 불공정시비는 김기문 회장 체제의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함과 동시에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회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려고 준비했던 B사는 최근 중앙회에 입찰 재공고 일정을 확인한 결과 “이번 공제시스템 구축용역사업이 보험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급하지 않다”며 “올해 다시 입찰공고를 낼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본지에 알려왔다.

지난 2017년 장병완 전 의원이 노란우산공제사업을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처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본보 2017년 10월19일자). 배경에는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강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않는다. 이처럼 노란우산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는 한, 정부는 물론 국회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좌시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 사업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홈앤쇼핑은 무려 300억원 규모의 ‘데이터 웨어하우스(Dater Wearhouse)’구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홈앤쇼핑 IT팀장 C모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퇴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홈앤쇼핑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IT팀장이 교체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사업에도 중앙회 실세들이 개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일고 있다. 진정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있는 것인가, 또 그 거위를 쫓는 자들은 누구인가.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