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 무등산을 오르며
名山, 무등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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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m 운무에 싸여 신비한 서석대
해발 1100m 운무에 싸여 신비한 무등산 서석대

[중소기업투데이 홍미식 객원기자] 예기치않게 찾아와 지구촌을 뒤흔든 코로나19는 우리가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거기에 폭우에다 부동산 대란까지... 다들 심신이 지칠만하다.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마음마저 산란해져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렇다고 그냥 집안에만 박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지난 주 작정하고 무등산을 올랐다.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 등급이나 차별이 없다’는 의미의 무등(無等)산. 이 산을 오르기로 한건 지친 몸을 달랠 요량 외에도 헝클어진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1187m의 무등산은 광주와 담양, 화순을 아우르는 주상절리와 빼어난 경관으로 2012년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 2014년 환경부가 지정한 6번째 지질공원, 2018년 유네스코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세계지질공원이란 전 세계 공원망을 연결하여 지질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네스코로부터 인증받은 지질공원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경북 청송군, 무등산권 등 세 곳이 지정되었다.

무등산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모습
무등산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모습

필자는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증심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중머리재를 경유하는 노선을 올랐다. 중머리재는 높이 617m로 수령 450년의 우람한 느티나무를 지나 돌을 밟고 오르는 것이 힘들다 싶은 지점에 시야가 확 트인, 시원스레 넓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가을에는 산 아래 넓게 펼쳐진 억새밭 사이로 부는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억새들의 모습이 장관이라 한다.

 

무등산 장불재
무등산 장불재

곧 이어 장불재로 향했다. 광주천의 발현지에 잠시 손을 담그고 더위를 식힌 뒤 예쁘게 이어진 돌계단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그러고 보니 무등산에는 돌이 참 많다. 서석대를 가기 위해 거쳐야하는 필수 노선, 919m 장불재에 오르니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필자를 반긴다. 자연이 선물한 주상절리와 바위에 걸린 구름이 평화롭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에서 간단하게 준비한 식사로 점심을 대신하고 곧바로 입석대로 향했다. 입석대는 높이 20m, 너비 1~2m인 40개의 다각형 돌기둥이 120m 규모로 동서로 펼쳐진 주상절리대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신이 조각을 해놓은 것일까? 곧게 늘어선 바위에 탄성이 절로난다.

 

서석대로 향하는 길은 좁고도 가팔랐다. 겨우 한사람 통행할 정도의 돌계단을 디디며 한 발 한 발 오르다보니 땀은 흘러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일상을 내려놓고 무념무상 오르다보니 산과 돌, 자연과 필자가 하나 되어 스며든다.

아, 이 길을 나선 것은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며 지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인가?

 

1187m로 가장 높은 천왕봉은 공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무등산 정상 개방행사 때 일 년에 두 번만 오를 수 있다한다. 평상시 민간인 출입 가능 지역으로 가장 높은 1100m의 서석대에 오르니 너비 1~2m의 다각형 돌기둥 200여개가 촘촘히 늘어선 그림같은 전경이 펼쳐진다. 낙타봉을 거쳐 안양산에 이르는 커다란 능선의 모양이 말의 잔등 같고, 억새가 백마의 갈기처럼 보여 백마능선이라 불린다는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이 참 아름답다. 시야는 물론 마음까지 훤해지는 무등산 정상은 겹겹이 둘러싸인 산을 끼고 운무가 춤추듯 신비롭다. 눈 덮인 돌기둥이 수정 같다하여 수정병풍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아름답고 환상적인 서석대의 눈꽃을 보러 겨울에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위풍당당한 입석대
위풍당당한 입석대

중봉을 거쳐 내려오려던 하산 길에 푯말을 잘못 봐서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원효사로 향하는 길은 워낙 인적이 드물어 잠시 불안했으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조용한 길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걸음을 옮긴다. 두어 시간 걸어내려 왔을까? 알고 보니 자연보호를 위하여 한참을 통제했다가 ‘무등산 옛길’로 재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이란다. 길을 잘못 든 덕에 오히려 고즈넉한 길을 오롯이 혼자 생각에 젖어 내려오며 무등산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무등산은 등산로만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산이란 것을 이번 산행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무등산 높이를 상징하는 1187번 시내버스를 운행할 만큼 광주시민의 자부심인 무등산. 87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폭발한 화산의 영향으로 용회암이 오랜 시간 냉각과 수축을 반복하며 형성된 무등산 3봉을 비롯하여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신선대의 주상절리대 등 지질학적 가치가 큰 산이다. 무등(無等), ‘등이 없는 산’처럼 차별없는 세상을 꿈꿔 본다.

무등산 장불재로 오르는 돌계단
무등산 장불재로 오르는 돌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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