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보일러조합, 가스공사 '갑질'에 집단 보이콧 움직임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에너지효율화사업의 하나로 진행하는 '산업용 고효율 가스보일러 교체지원 사업' 입찰과정에서 보일러 제조사들이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에너지절감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산업용 일반 보일러를 고효율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장에 대해 일부 비용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9억원의 예산이 지원됐으며, 올해는 약 44억원이 배정돼 현재 우선협상자 선정을 마친 상태에서 본격적인 사업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스공사의 지원액을 토대로 산업용 고효율보일러 교체 수요를 추정하면 지난해는 250억원, 올해는 350억원 안팎으로 3000억~4000억 규모의 국내 산업용 보일러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가스공사는 지난 7월초 올해 사업을 위한 입찰공고 과정에서 보일러 제조사 및 이들 제조사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에 대해 ‘컨소시엄 참여불가’라고 참가자격에 단도직입적으로 못박았다. 이후 지난 7월 하순 가스공사는 시스템솔루션 업체이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인 인텍에프에이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 공고했다. 해당 컨소시엄엔 주간사인 인텍을 포함해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태화플랜트(가스시공업체), 보문공조(보일러교체공사업체) 등 5개업체가 참여했고 보일러제조사는 한군데도 끼지 못했다.

산업용 보일러제조사들로 구성된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상준)의 한규진 전무는 “정작 보일러 제조는 물론이고 설치, 시공, 영업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하는 제조사들이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게 됨에 따라 수탁사업자(인텍)에게서 하청을 받아야하는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담당자는 “지난해엔 KT컨소시엄을 수탁사업자로 지정해 해당 사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KT컨소시엄에 보일러제조사 2곳이 포함됐다”며 “하지만 컨소시엄에 끼지 못한 나머지 고효율 보일러제조사들이 영업에서 불리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올해 사업에선 아예 제조사들을 배제시켰다”고 해명했다.

국내 산업용 고효율보일러 제조사는 10여군데 정도 된다. 이 중 지난해 KT컨소시엄엔 미우라와 대열보일러 등 2곳이 참여했다.

가스공사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KT나 LG 등 대형 통신사를 주간사 등으로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보일러업계에선 불만이 높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측에선 보일러교체와 더불어 각 사업장별 에너지사용량을 서버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사를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정부가 매년 정해서 시달하는 에너지절감 목표(지난해와 올해 각 0.02%)를 어느정도 달성했는지 체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고효율 보일러교체 후 에너지사용량과 교체 전 사용량을 각각 측정해 비교분석하면 절감량이 나오는데 굳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보일러업체 관계자는 “통신사측에선 각 사업장의 보일러에 IOT(사물인터넷)를 연결해 에너지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고 하나 그럴 필요가 없다”며 “게다가 해당 사업장들도 영업비밀 차원에서 자신들의 에너지사용량이 실시간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시당초 가스공사가 사업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대형 통신사를 포함시켜 수수료 부담만 늘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수탁사업자이자 컨소시엄 주간사인 에스코사업자에 통상 전체 사업비의 14~15%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지급된다. 이같은 업계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지난해엔 KT가 주간사로 참여해 해당 사업을 수탁했으나 올해 LG유플러스의 경우 중소업체인 인텍을 주간사로 내세워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이 또한 ‘꼼수’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가 각 사업장에 지급하는 보일러교체 지원금 또한 수탁사업자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중간과정을 거쳐 지급된다. 이에 보일러제조사들 입장에선 영업과정에서 수요자들이 지원금을 받게끔 하려면 꼼짝없이 수탁사업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일러제조사들은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가스공사가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고효율보일러제조사 대다수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의 입장은 강경하다. 한규진 전무는 “가스공사가 보일러제조사들을 입찰경쟁에서 완전히 배제시켰으나, 보일러제조사들이 제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가 없다”며 “하청업체로 전락하느니 집단보이콧을 통해 해당 사업에 대해 제품공급을 하지않는 쪽으로 중론을 모으고있다”고 전했다.

박상준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가스공사의 이번 사업에 참여자격이 주어지는 고효율보일러 생산업체 12개사 중 11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하고 있고 이들 11개 회원사가 고효율보일러제품 317개 중 301개를 생산하고있어 조합으로선 충분히 대표성이 있다”며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공동이익을 목표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만큼 조합의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