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업계 인증사기 많아,
국표원 ‘인증 기준과 처벌’ 강화
‘적합성평가관리법’ 시행···
인증 신뢰 위해 위변조, 허위발급 금지

사진은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사인․디자인’ 전시장 모습
중소기업들이 제품인증 관련 범죄에 취약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사인·디자인’ 전시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종선 기자] LED모듈을 생산, 전국 건축 기자재업체에 납품하던 S사(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허위 인증제품을 판매하다 덜미를 잡혀,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LED모듈은 각종 조명제품을 비롯해 UV출력․인쇄장비, 반도체 완제품, 건강기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LED부품이다.

S사는 자사가 생산한 제품 중 일부가 인증 유효기간인 3년을 넘어서자, 편법을 동원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은 물론, 중국산 싸구려 제품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아직 유효기한이 남아있는 인증 제품을 덮어 박스로 포장한 것이다. 중소 제조업계 일각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른바 ‘박스갈이’ 수법이다. 그러나 납품 단계에서 경쟁업체가 제보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버렸다. 대표 K씨와 동생인 부사장은 나란히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끝에 K씨는 구속 수감됐다.

인증기한이 만료됐거나 중국산 저질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화재 위험이 많고 불량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인증을 허위로 조작하거나, 중국산 등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등 인증 사기는 ‘악질적인’ 범죄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는 특히 기술과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업체들 간에 한때 관행처럼 횡행하기도 했다.

‘박스갈이’ 수법으로 인증기한 지난 제품 판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이런 인증 관련 범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한층 강화한 ‘적합성평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적합성평가법)’을 개정, 오는 8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개정된 적합성평가법은 무엇보다 인증 성적서를 위변조하거나, 허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 엄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적합성평가법은 시험성적서 위변조, 허위 발급 등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벌금 규정이 있긴 하나, 고의성이 유난히 강하고 죄질이 나쁠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대비해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증 적합 여부를 평가하는 시험인증기관으로 하여금 평가결과와 성적서 등을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에선 현재 신제품 인증, KS, KC 등의 품질 인증제도가 있다. 이를 관장하는 국표원은 현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FITI시험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등의 시험인증기관을 지정해두고 있다.

인증제품, 관공서 우선 구매 등 특전

그중 신제품 인증제도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신기술 또는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개량한 우수 기술에 의해 실용화가 완료된 신제품을 평가하고, 정부가 인증하는 것이다. 인증제품에 대해선 판로개척도 지원해주는 등 특전이 따른다. 이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16조, 동법 시행령 제18조의 5 및 제19조 등에 의거한 것이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며, 3년 범위에서 1회 연장할 수 있다. 인증된 신제품에 대해선 중소기업제품 중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 20% 이상 의무구매 등의 혜택을 준다. 다른 품질인증제도 역시 인증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비슷한 내용의 특전이나 혜택을 주고 있다.

      < 연간 시험인증 신청 및 인증건수 추이 >

구분

’14

’15

’16

’17

’18

신청

인증

신청

인증

신청

인증

신청

인증

신청

인증

건수

166

28

227

61

252

47

295

41

374

39

그러나 이런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보통 한 가지 종목의 제품에 대한 인증만으로도 1000만원 가까운 인증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일부 인증 신청기업은 인증 취득을 위한 민간 컨설팅에 수백∼수천만원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소기업 수준의 제조업체들로선 만만찮은 부담이다.

그렇다보니 인증 위·변조나 허위서류, 허위 인증 표시(속칭 라벨 갈이, 바꿔치기 등) 등 다양한 수법의 인증사기가 벌어지고 있다. 건자재나 광고물 자재업계 주변엔 인증사기만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도 암약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직류용 파워 서플라이나, LED모듈, LED형광등과 같은 전기제품을 대상으로 가짜 인증마크를 붙이거나, ‘라벨 갈이’ 수법으로 중국산 짝퉁과 바꿔치기를 하기도 한다. 경기도 시흥, 안산, 화성 등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에선 해마다 그런 사례가 적발되곤 했다.

시험인증기관도 부정행위 발견되면 엄한 제재

이에 국표원은 시험성적서 위·변조 방지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앞서 적합평가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 개정에 나서는 한편 시험, 검사, 인증업무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시험인증기관에 대해서도 부실시험, 시험데이터 조작 등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자격정지처분이나 최대 5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또 시험인증기관의 시험기록 관리 보존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전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인증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시험데이터의 생성, 수정내역 등 시험기록을 서버에 저장해 인적 오류를 방지하고 시험데이터 조작, 위조 등을 방지하는 것이다.

국표원, 인증범죄 취약한 중소기업 ‘보호·지원’ 대책 마련

국표원은 특히 시험인증 범죄에 취약한 대상이 주로 중소기업 내지 영세 자영업 수준의 소규모 사업장이란 점을 감안해 별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기업들은 거액의 인증수수료뿐 아니라, 행정 정보와 절차에 어두운 탓에 거액의 민간 컨설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국표원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국표원 시험인증정책과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행정역량 부족으로 인해 신제품 인증 부적합(불합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증 신청 희망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문 행정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험성적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부정행위 유형을 정의하고, 사업장 조사나 자료제출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시험인증기관은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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