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경제를 파고든 권 상근부회장의 '현 한국경제 진단'
"건전한 재정이 있어 외환위기 극복 가능했다"
"노동개혁 없이는 한국경제 비전 없어"
15일 도산아카데미 주최 '도산리더십 포럼' 강연서 밝혀
늦어도 80세에 세번째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겠다는 '도전男'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5일 도산아카데미 주최 도산리더십 포럼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내가 살고싶은 행복한 나라'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5일 도산아카데미 주최 도산리더십 포럼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내가 살고싶은 행복한 나라'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임창렬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에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국채를 사달라고 호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내기 위해 그는 이 자리에서 두가지 사실을 강조했고 그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장롱안에 숨어있던 아이들 돌반지까지 꺼내올 정도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참여한 ‘금모으기 운동’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11.4%’. 당시 OECD국가의 평균 정부부채는 40%였다.

전체 근로자 30만명 가운데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믿은 이유는 건실한 정부재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70년대초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행정고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국제금융 파트와 대통령비서실(2001년,2004년)을 거쳐 재경부 차관(2005년), OECD대사(2006년), 국무총리실 실장(2009~2010년)을 지냈다. 지금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있는 권태신(71) 전 장관 얘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공식행사에서 전경련을 배제해온 이른바 ‘전경련 패싱’이 계속되는 가운데, 권 부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이사장 강석진) 주최 제372회 도산리더십포럼에서 현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주제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내가 살고싶은 행복한 나라’.

 

“죽기전에 꼭 해보고싶은 일들을 꼽다보니 무작정 하늘에서 뛰어내리기부터 도전해보기로 했다”며 62세에 미국 하와이에서 스카이다이빙에 처음 도전해 화제가 됐던 그다.

2016년 사이판에 이어 지난해엔 라스베이거스에서 세 번째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고 늦어도 80세에 또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막막한 현 경제상황에서 ‘행복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어떤 길을 제시할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하는 조찬강연임에도 A4 용지로 46페이지의 자료를 준비한 권 부회장의 강연은 의외로 임진왜란과 조선의 역사부터 시작됐다. 극심한 당파싸움과 약해진 군사력, ‘왜 우리는 그토록 힘이 없었는가’를 내용으로 한 류성룡의 징비록, 잉카제국과 조선시대 경제력 비교, 한국전쟁 후 폐허를 지켜보고 “이 나라는 100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렵다”고 한 맥아더장군의 평가 등등.

권 부회장의 강연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초 국가 세입절반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지난 60년간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과정으로 이어졌다.

 

1961년 1인당 GNI(국민총소득) 82달러에서 2019년 3만2047달러로 390배 증가. 4100만 달러이던 수출은 5422억달러로 1만3225배 증가. 3억6000만달러이던 무역규모는 1조1046억달러로 2906배로 증가하는 기적같은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렇다면 2020년 지금은?

잠재성장률 하락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로 2019년 합계출산율 0.92명으로 OECD국가 중 2년 연속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다. 세계 최하위권의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투자매력도가 점점 낮아져 탈한국화가 지속되고 있다. WEF(세계경제포럼) 국제경쟁력 노동부문(노동시장 자유도) 순위는 159개국 중 136위로 끄트머리에 위치해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일자리창출을 위해 친 노동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권 부회장은 진단했다.

“소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토대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32% 인상했으나 그 돈을 지불해야할 자영업자들이 감당을 못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를 웃돌아 궁지에 몰린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못사는 5분위 소득자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나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있으나 노인일자리만 늘고 젊은사람들의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아침식사를 하는 7000원짜리 식당이 있는데 낮에 5명 일하던 것이 지금은 2명으로 줄었다”며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었다.

돈을 풀다보니 1년만에 정부적자가 100조씩 늘고있으며 공공기관 부채와 공무원 및 군인연금 보전액을 합치면 국가채무는 1800조를 넘는다고 권 부회장은 우려했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빈곤한 나라가 중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건전한 덕분’이었다”며 국가신인도 유지에 제일 큰 요소 중 하나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에 “지금처럼 급격히 국가부채가 올라가면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하르츠개혁을 예로 들며 “노동개혁을 않고는 우리나라에 비전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CEO가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조문이 2200개나 된다”며 우리 만큼 규제가 많은 나라가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환경법 위생법 등 규제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4차산업혁명 분야 새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정부때 한미 FTA, 파주 LCD단지 건설 등 이제 와서보니 융통성있고 신축성있는 친기업 조치를 많이 했다”며 “스크린쿼터제만 하더라도 당시 대통령에게 얘기해 없애다시피했는데 40% 미만이던 우리 영화점유율이 요즘 60~70%로 올라섰다”고 권 부회장은 말했다.

다음 제373회 도산리더십포럼은 8월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며,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62세이던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 생애 첫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 권태신 부회장의 모습.
62세이던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 생애 첫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 권태신 부회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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