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지방은행, 디지털부문 경쟁력을 생존 전략으로

우리은행은 1일 글로벌 금융전문지 아시안뱅커가 주관한 ‘International Excellence in Retail Financial Services Awards 2020’에서 우리은행이 ‘베스트 오픈뱅킹/API 이니셔티브’ 부문 아시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일 글로벌 금융전문지 아시안뱅커가 주관한 ‘International Excellence in Retail Financial Services Awards 2020’에서 ‘베스트 오픈뱅킹/API 이니셔티브’ 부문 아시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우리은행>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의 디지털 강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선 비대면 접촉으로 점포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디지털부문 인사가 주요 포스트로 임명되는 등 각양각태다. 중앙 뿐 아니라 지방은행들도 디지털-비대면 접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우리銀, 아시아 최고 디지털 금융 선정-농협, ‘디지털 전문가’ 영입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전문지 '아시안뱅커'가 주관한 ‘2020년 소매금융서비스부문 우수상 시상(International Excellence in Retail Financial Services Awards 2020)’에서 우리은행이 ‘베스트 오픈뱅킹/API 이니셔티브’ 부문 아시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전날 밝혔다. 아시안뱅커는 1996년 설립된 글로벌 금융전문지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애널리스트 및 국제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매년 금융·디지털 분야에서 최우수 은행을 선정하고 있다.

아시안뱅커는 우리은행이 ▲핀테크 개발자 친화적환경 조성을 통한 금융혁신 가속화 ▲핀테크 플랫폼과의 연동을 통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 제공 ▲해외 핀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국내외 오픈뱅킹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뱅크샐러드 등 대출상품비교추천 서비스에 시중은행 최초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캄보디아 핀테크 업체'윙(Wing)'과 모바일 실시간 해외송금서비스 등을 공동개발하고 현지 당국의 승인을 대기하는 등 디지털부문 강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오픈API 활용해 핀테크 혁신금융서비스와 우리금융그룹의 마이데이터사업 지원을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이와 함께 NH농협은행은 디지털부문에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지난 1일 영입했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영입이 드물었던 농협은행에 색다르다는 게 은행권 반응이다. 디지털 전문가인 이 전 상무를 농협이 스카우트했다는 것은 그만큼 농협은행이 디지털부문의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손병환 행장이 새로 임기를 시작한 이후 ‘디지털 혁신경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농협은행이 디지털 강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손 행장은 디지털 금융, 특히 전략·기획부문 전문가다. 더욱이 2년이라는 임기를 보장받아 중장기 전략을 세우면서 해외 사업 진출까지 도맡는다는 게 농협의 밑그림이다. 이처럼 ‘디지털 금융 1세대’ 행장에 이를 구체화할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가 디지털금융 부문장으로 영입되면서 향후 2년 간 손행장-이 부문장이 손잡고 디지털금융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복안이다.

NH농협은행(은행장 손병환)은 지난 1일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으로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선임했다.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행장 손병환)은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으로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NH농협은행>

앞서 손 행장은 농협은행 ‘오픈 뱅킹’ 기반이 된 ‘오픈 API(open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검색-블로그 등의 데이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외부 개발자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를 2015년 국내 은행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디지털 금융 혁신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이때 구축된 ‘NH 핀테크 오픈 플랫폼’ 서비스로 핀테크 업체들이 농협의 금융 AP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면서 ‘디지털 뱅커’로서 손꼽히게 됐다.

새로 영입된 이 부문장은 농협은행을 ‘디지털 휴먼뱅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활용 업무의 기획은 물론 시스템 구축까지 전과정에서 그간 쌓아온 풍부한 실무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신한, 실시간 모바일 설문으로 서비스 향상

최근 7년 연속 한국표준협회 주관 ‘2020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은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신한은행도 올해를 전통적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은행의 기능을 소비자 중심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에서 디지털 혁신 및 고객 보호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신한은 은행권 최초로 실시간 모바일 설문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업점에서 거래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2시간 이내에 ‘카카오톡 굿 서비스 경험조사’를 시행하면서 고객들 목소리를 곧바로 들어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신한은행은 전문적인 맞춤 서비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전 영업점에 디지털 창구를 도입했다.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편의성에 중점을 뒀을 뿐 아니라 고객의 생애주기와 연령대별 거래 유형 등 빅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신한은행 앱인 ‘쏠(SOL)’에서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등 흩어진 자산을 실시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마이(MY)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은행권에서 앞선 행태로 현재 전 은행권, 민간 금융서비스 앱에서도 이와 비슷한 자산관리시스템 앱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신한은 인공지능(AI) ‘챗봇(채팅로봇) 쏠메이트’를 통한 실시간 상담, 로보어드바이저 ‘쏠리치’ 등을 통한 디지털 자산관리을 제공하는 등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 디지털化로 은행권, 전반적 점포 축소

지난달 말 기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정보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개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수는 지난해 말 4661개에서 지난 3월말 4589개로 모두 72개 감소했다. 지난 4~6월 기간에도 점포 감소는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6월말 674개로 3월말(701개)에 비해 27개 줄었다. 신한은행은 875개에서 857개로 18개, 농협은행은 4개(1136개→1132개)가 감소됐다. 1~3월 점포를 34개 줄인 국민은행만 3개 늘었다. 우리은행은 점포수 변동이 없었으나, 4~6월 점포수는 46개 순감소했다. 이같은 행태는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이들 5개 시중은행은 7월 국민은행 15개, 신한은행 6개, 우리은행 2개, 하나은행 1개 등을 포함해 최소 46개 점포를 하반기 내에 없앨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 혁신 바람에 올해를 관통하는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비대면 거래가 강화되는 분위기에 따른 은행권의 생존을 위한 변화다. 특히 최근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은 송금, 환전, 결제 등 주요 서비스를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을 통해 이용하고 있다. 기존 은행 서비스에 비해 점포를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고, 수수료도 그만큼 저렴하다. 이를테면, 은행 계좌도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개설할 수 있는 게 현 상황인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점포를 더 많이 방문해야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기존의 인식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인식은 점점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미래 고객을 핀테크 서비스에 뺏기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각 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출시와 모바일뱅킹 서비스 강화-개편 등 디지털 채널의 활성화에 사활을 걸게 됐다는 얘기다.

 

■ 지방銀도 디지털 강화

은행 디지털화에는 전국적인 추세다. JB금융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허가 사전 수요조사’에서 참여 희망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사전조사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금융회사는 은행 12곳을 비롯해 총 55개사다. 비금융회사까지 합하면 총 116개사가 신청서를 냈다. 금융위는 6~7월 ‘마이데이터 예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마이데이터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는 일반 개인이 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별로 흩어져 있는 본인의 신용·자산관리 등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기업 혹은 기관, 금융사 등에 제공하면, 기업 등은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인에게 추천해 줄 수 있다. 지난 1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을 비롯한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이 같은 흐름에서 JB금융의 경우 계열사 은행인 광주은행,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JB금융은 지난해 말 금융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 기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경영전략그룹 아래 디지털 총괄 조직을 새로 만드는 등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용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활용 기업도 신청한 상태다. 이밖에 디지털 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 은행을 중심으로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 해외 사업 업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권에서 DGB금융에서도 DGB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이 금융위 마이데이터 허가 사전조사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며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특히 대구은행은 지난 5월 은행에 방대하게 축적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는 등 데이터 활용 역량에 힘써 왔다.

부산-경남권 BNK금융그룹 또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며 데이터 금융 역량을 높여 왔다. BNK금융의 BNK부산은행은 지난해에도 핀테크 기업 등과 마이데이터 관련 업무협약을 맺으며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의 기반을 닦고 있다. BNK금융은 이달 지주사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그룹 통합데이터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움직이는 만큼 데이터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의 활성화와 함께 지방은행들 역시 디지털-비대면 접촉의 확산과 강화는 필수적이 됐다”면서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도심이 아닌 디지털-비대면적 접촉이 더욱 긴요한 상황이라 지방은행의 ‘언택트-디지털 강화’는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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